21대 총선이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았는데, 코로나19의 장기화 여파로 선거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예전 같으면 각 후보들의 형형색색 유세차에 각기 다른 로고송으로 한창 흥을 돋울 시기인데, 유세차는 돌아다니지만 로고송은 없고, 후보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한 대규모 유세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당의 거물급 인사가 지원유세를 내려와도 후보자와 캠프 관계자들 그리고 취재진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연장되면서 국민들 역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미 재외국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투표 절차가 전체 명부의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해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올 조짐이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은 이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겠지만, 대면 접촉을 할 수 없는 정치신인들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일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니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는 형국이다. 정치신인들로서는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고 싶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지지 호소는 고사하고, 자신을 알리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유권자들의 코로나19 피로감이 한계에 이른 현재의 상황에서 선거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이나 참여를 유도하기도 무리인 것 같다.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이번 21대 총선이 역대 최저치의 투표율을 기록한다면, 결국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이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면서까지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미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용지물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가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자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깜깜히 선거는 정치 혐오를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역대 모든 총선이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지만, 이번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위기극복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찾아오게 될 경제 코로나를 넘어서야 할 민의의 대변자를 선출하는 중차대한 선거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후보자의 선거공보와 SNS 그리고 후보자 토론회 등을 통한 꼼꼼한 공약 체크와 후보자 삶의 궤적 등을 면밀히 분석해 냉철한 판단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아야만 한다.

코로나19가 나라 전체의 패턴을 바꿔놓는 상황에서 이번 21대 총선도 예외는 아니지만, 국민들의 의지에 따라 이번 21대 총선을 깜깜히 선거가 아닌 오히려 轉禍爲福(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 제대로 된 국민의 일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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