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모든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전국 유·초·중·고 이후 개학 연기를 단행한 것도 모자라 3차 개학 연기까지 이어진 현재의 상황은 코로나19로 시작하여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귀결되고 있다. 이런 위중한 국가재난상황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역량을 집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자신들의 비례위성정당 투표용지 순번 올리기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그야말로 ‘내로남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돌고 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우리 지역 대전 출신의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역사와 마찬가지로 정치 역시 돌고 돈다. “정치는 돌고 돈다”는 말은 요즈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전 당원투표를 통해 찬성 74.1%의 득표율을 달성하며,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그토록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그 어떤 변명과 명분을 갖다 들이대도 국민들을 설득하기는 모자라 보인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강훈식 대변인은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네 번째 시행하는 데 가장 많은 투표 참여가 있었다는 부분에 굉장히 놀랐고, 찬성이 74.1%라고 한다면 사실상 압도적인 지지로 권리당원들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요청했다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하면서 당원들의 압도적인 의견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갖다붙였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민생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통합당 통합)과 정의당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했던 일명 ‘4+1 체제’도 결국 와해되었다. ‘4+1 체제’의 와해는 더불어민주당이 소수야당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고 시쳇말로 ‘먹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참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원 꿔주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에 대해 형사고발까지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당 대표가 나서 현역의원의 비례정당 파견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는 매우 볼썽사나워 보인다. 오죽하면 진보진영 연대의 한축이자 ‘4+1 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동보조를 취했던 정의당마저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꿔주기에 대해 “단지 투표용지에서 위쪽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수구보수 세력과 똑같이 취급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혹평이 백번 납득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꿔주기 역사는 이번 21대 총선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DJP연합으로 정권을 획득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하면서 당명을 새천년민주당으로 변경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공동정부의 한축인 자민련이 17석에 그치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자 새천년민주당 소속인 송석찬(대전 유성)·송영진(충남 당진)·장재식(서울 서대문을) 의원을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기게 하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도와주면서 의원 꿔주기라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이 당시 유명한 일화로 대전 유성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던 송석찬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며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 ‘정치는 돌고 돈다’는 말이 틀림없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에서 20년 전 단행하여 웃음거리가 됐던 의원 꿔주기를 20년이 지난 지금 21대 총선에서 다시 꺼내든 것을 보면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빌어 “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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