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정당의 주요 책무 중에 하나가 인물충원이다.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야 정당이 지속적으로 굴러간다. 공천은 인물충원의 중요한 통로이자 기회다. 공천은 선거에 나가야 할 동량재를 선별하는 작업이자 정당의 에너지 충원의 요인이다. 공천인물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라, 선거 직전까지 챙겨 온 인물자료를 기반으로 꼼꼼하게 살핀다. 그 과정에서 국정을 다룰 능력과 경험 등 다양한 분야까지 공천대상자를 훑어본다. 정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용 인물도 간간히 끼어든다. 이렇듯 공천은 선거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인 만큼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연동형비례제 등 선거법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할 때부터 그 후속 여파가 이미 예견되었다.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긴 시점에서 각 정당들은 공천 탓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민이 변종형 바이러스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선거에 대한 관심마저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허나, 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한 이번 선거법은 변종형태로 변질되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따로 살림을 차리고 비례인물 충원에 여념이 없다. 우리 정치사에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정치적 기행이다. 정당들은 가뜩이나 부실한 집에서 두 집 살림을 하는 꼴이다. 선거법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니, 지금에 와서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런 정황 하에서 21대 국회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때마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연례행사처럼 진행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은 사천 논란으로 도중 하차했고, 미래한국당 공관위원장은 공천결과가 마뜩치 않으면 자신을 내보내고 다시 공관위를 구성하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이래서야 이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당명으로 쓰는 ‘미래’의 의미가 무색할 지경이다. 참 무책임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공천이 무슨 쇼핑몰 물품 주문이나 배송절차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다. 미래한국당을 그렇게 비난하던 민주당도 뒤늦게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석배분을 놓고 연대세력 간의 알력이 극심하다.

이렇듯 여야 할 것 없이 의석 하나라도 더 건지겠다고 체면도 소신도 명분도 다 버리고 뛰어들고 있다. 위성정당들의 강령과 정책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 얼렁뚱땅 급조된 탓이다. 이러다 보니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틀이 취약해지고 원칙마저 모호해져 버렸다. 오로지 이기고 보자는 심산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법은 역대 최악의 현상을 도출한 변종형 선거법으로 전락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법망을 피해가는 술수와 꼼수를 부린다면 별도리가 없다.

공천에서 탈락한 자들은 곧바로 무소속으로 출마에 나서고 있다. 공천 탈락을 거쳐 무소속 출마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자가,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영구제명 운운하며 비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참으로 내로남불의 극치이자 가관이다. 정당들의 권위와 명분이 약하기에 생기는 해프닝이자,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대변하는 코미디 장면이다.

공천은 견실한 인물들 즉, 국정을 맡아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들을 선거에 내보내는 절차일 뿐이다. 그런데도 공천관리 관계자들은 마치 자기들이 전권을 쥐고 흔드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들이 관련 정당의 강령과 이념과 노선을 얼마나 정통하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공천은 공명정대하게 그리고 정의롭고 투명해야 한다. 사적인 관계와 사심이 들어가면 인물선별의 눈이 흐려지게 되어 있다. 탈락한 자들도 스스로 승복 할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과 공정성을 지녀야 한다.

어렵게 현장에서 뛰느니 손쉽게 국회입성의 길은 비례대표제가 적격이다. 그런 연유 탓에 수많은 지망자들이 비례형 위성정당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위성정당의 경우 무슨 기준과 원칙으로 공천을 부여하는지 아리송하다. 정치는 물론 국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이들도 손쉽게 공천을 얻어내고 있다. 별 관심 없이 서류를 제출하고 공천을 받았다는 실토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이들의 능력과 경험이 국정운영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는지, 제대로 짚어냈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을 것이다.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진출과 위성정당들의 공천잡음에 여야가 함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모두가 정당의 존재이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이념과 노선 및 정책에 대한 관심은 둔탁하고, 오로지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인한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인 셈이다. 우리 정치권에 허술한 선거법 탓에 변종형 공천 바이러스가 침투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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