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제공
옥천군 제공

“엄마! 이게 모야?”

“예전에 할머니께서 쓰시던 오래된 전화기야. 오른쪽 손잡이를 여러 번 돌리고 수화기를 들면 아주머니가 나와서 어디 전화 거실 거냐고 물어보셔”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충북 옥천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가 인근 찻집을 들린 배세윤(42, 대전)씨는 4살배기 딸아이의 질문에 곤혹을 치렀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궁금증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난감해서다.

이 찻집에는 자석식 전화기, 수동 카메라, 곰방대, 숯다리미, 짚신, 족두리, 엽전 꾸러미 등 수 많은 골동품이 벽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이 뿐 아니라 지금은 전자계산기로 대체된 주판, 70~80년대까지 쓰고 다니던 중고생 모자, 엿장수 가위 등 추억서린 물건이 가득하다.

또 찻집 안팎으로 곳곳에는 맷돌, 수레바퀴, 탈곡기, 축음기, 심지어 개봉하지 않은 아리랑 성냥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이럴 때 필요한 듯하다.

이곳은 새싹비빔밥, 만두전골로 유명했던 옥천의 모범음식점 ‘마당 넓은 집’이 지난해 말 업종을 변경해 운영 중인 전통 찻집이다.

글씨와 그림으로 유명한 평거 김선기 선생이 부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냥 찻집’이다. 찻집 이름은 ‘그냥’인데 알고 보면 유서 깊은 대단한 한옥 찻집이다.

1910년대 후반 그 당시 쌀 6,000가마를 살 수 있는 거금 15만원을 들여 지은 한옥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10대 갑부로 불렸던 김기태 선생이 지었다.

그 후 한치봉 선생이 고택을 사서 옥천의 여성교육을 위해 옥천여자전수학교(옥천여중 전신)에 기부하였고 1944년 옥천여중이 개교했다.

1964년 옥천여중이 지금의 자리 옥천읍 문정리로 이전할 때까지 교무실로 사용되던 곳이 바로 지금의 ‘그냥 찻집’ 한옥 건축물이다.

이후 2001년 김선기 선생이 매입하여 옥천을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에게 식사 대접 장소로 애용되다가 지금의 전통 찻집으로 변모했다.

김 선생은 “역사 깊은 이 고택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34년 동안 모아온 골동품을 일부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고택을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냥 오셔서 맘 편히 한옥의 품격을 느끼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 고택의 뒤편 3층 건물에는 층마다 김 선생이 그 동안 모아온 민속자료로 가득하다. 그 중에는 3.1만세 운동 때 사용됐던 태극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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