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정으로 충청권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다행히 충남 아산시민들과 충북 진천군민들의 대승적인 수용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조삼모사식 정책 결정에 의한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정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지역 보수 야당이 ‘충청홀대론’을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특히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정 과정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나 투명성은 전혀 보이지 않은 것 같다. 지역 보수 야당의 주장처럼 이번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정이 충청인들을 우습게 본 ‘충청홀대론’이라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지역 보수 야당이 주장하는 ‘충청홀대론’이 아니더라도 이번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정에서 허둥지둥 되던 정부의 모습은 정책 결정의 기본 ABC조차 결여된 것 같아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소재의 국립청소년수련원과 우정공무원교육원을 임시생활시설로 지정했다는 언론보도 이후 지역민의 극심한 반발에 밀려 하루 만에 충남 아산 소재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소재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장소를 변경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 실패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명수(3선) 의원은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의 격리시설 선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재검토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에 사전 논의는 물론 통지조차도 없었던 정부의 일처리와 오만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속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점은 많은 지역민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는 19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와 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국무조정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부단장으로 재직하면서 안전관리 매뉴얼을 직접 제작한 안전 문제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어 그의 말을 허투루 들어 넘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충남의 경우 양승조 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이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임시집무실을 마련하고, 지역민들과 同居同樂(동거동락)을 결정하면서 극에 달해 있던 지역민들의 분노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단체장들의 이런 솔선수범하는 행동이 지역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는 했지만, 정부는 이번 임시생활시설 지정에 따른 아산과 진천의 지역 경제 위축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야만 한다. 특히, 당·정·청은 이번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정을 계기로 대전·충남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나서 책임져 주는 역할을 통해 충청인에게 진 빚을 말끔히 해결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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