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평창올핌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좌파 사상가(?)를 거론하며 존경심을 표출했다. 미국 펜스 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와 김여정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운운하는 그 속내를 그 때 알아 차려야 했다. 북핵 저지의 의지와 소신을 믿어 달라면서 북미협상 중재자 역할을 자임 할 때도 이런 낌새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북미협상은 교착상태로 빠졌고, 북핵은 이제 용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진면목이라면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기에,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평양군중 앞에서 스스로를 남쪽 대통령으로 소개했다. 그 이후 반일정서가 한껏 고무되더니, 지금도 양국관계는 감정의 골이 깊다. 중국방문 시에는 홍콩문제 언급을 슬그머니 얼버무렸다. 중국의 눈치를 염두에 둔 탓이다. 기존의 한미, 한일관계를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취급하는 성향이 점차적으로 커져갔다. 이런 현상은 분명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가는 과정일 것이다.

백두산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한반도 미래를 운운할 때, 남북한 화해 분위기는 절정이었다. 허나, 지금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왜 그럴까. 북미협상을 통해 체제존속을 꿈꾸는 북한으로선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큰 모양이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 등 입에 담기도 거북한 표현이 문 대통령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맘도 엄청 불편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저자세로 북한에 대응한다는 비아냥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이런 선전 선동은 목하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이 좌파성향을 스스로 고백했으니, 우리를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어떨지 역지사지로 살펴봐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들은 좌파 성향의 대통령이 펼치는 각종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부여하기를 꺼려 할 것이다. 북한의 위험한 핵 게임에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결속과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평화는 지키려고 노력할 때 꽃을 피우는 법이다. 감정적 감상주의로 접근해서 낭패를 봤던 역사적 사례가 차고 넘친다. 냉철하게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남북관계의 소통과 대화채널이 전부 단절된 것 같다. 북한의 선전매체는 툭하면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듣기에도 거북한 욕설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묵묵히 듣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반응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어렵지만, 그래도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식의 정치적 레토릭을 구사했다. 유추하건 데, 현 정권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손 쓸 수가 없는 처지임을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다. 북핵 저지방안은 우리 손을 떠난지 오래다. 맹목적인 북한신뢰와 감상주의적 접근 탓에 실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맘이 항상 북쪽을 향하고 있으니, 관련부서인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다음 달 까지 금강산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등 현 정권을 향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남북한 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카드를 내놓고 있다. 그간의 여타 정권보다 문 정권이 유독 북한에게 저자세로 응하는 이유와 배경이 뭘까. 참 궁금하다. 각종 물질적 지원과 남북한 철로개설 등 굵직한 사업구상도 내놓고 있지만 뭐 하나 시원하게 풀려 갈 기미가 안 보인다. 모든 게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탓으로 치부하지만, 결국은 모든 길은 북핵으로 연결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단언과 약속처럼 북핵 저지가 이뤄질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요즘들어 미국도 한반도 상공과 해안에 최신무기를 집결시키고 있다. 이에 맞서는 북한도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자력갱생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북한의 자력이 역부족인 상황에서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 불안한 나날이다. 뜬금없이 2월 위기설이 팽배해지는 작금의 형국에서 좌파 사상가를 존경한다는 문 대통령이 어떤 돌파구를 찾아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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