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협상의 막바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2월 말 시한을 못 박아두고 으름장을 놓았던 북한도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주 유엔 북한대사는 비핵화카드가 이미 협상테이블에서 사라졌다고 엄포를 놓았다. 엊그제 북한은 자신들의 권위와 위상을 격상시킬 깜짝 놀랄 실험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깜짝 놀라만한 일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민심이 흉흉할 때 내부 단속용으론 늘상 써왔던 방식이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무기라도 굶주림을 이겨낼 수 없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서도, 김정은이 명석하니까 적개심을 자제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유화적인 멘트를 내놓고 있다. 반면에 군사적 옵션이 필요하다면 적극 사용할 것이라는 식으로 상황대처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주요 인사들도 필요하다면 군사행위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내보이고 있다. 유럽의 유력 일간지는 북한의 깜짝 놀랄 실험 보도 이후에, 연이어 후속보도를 선보이고 있다. 유럽언론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중대하고 엄중하게 흘러가고 있다.

전쟁을 막았다는 자화자찬론과 ‘평화가 경제다’를 외쳤던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뻘쭘한 상태다. 일본과의 지소미아 건도 엉거주춤 봉합했다지만, 아직도 양국 간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냉랭한 정황이다. 국제사회는 문 대통령의 비핵화협상의 중재자 역할은 이미 수포로 끝났다고 여기고 있다. 기존의 미일관계를 중러관계로 대입시켜보려는 무모한 시도가 화를 키운 셈이다. 그 탓에 주변국 모두에게 갈등과 불신의 눈총을 받고 있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 한반도 상황에 나토회원국과 영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가 예의주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나, 정작에 당사자인 한국을 언급하지 않아 한미관계의 껄끄러움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외교전략을 펼쳐왔다. 스윙폴리시(swing-policy) 즉, 필요에 따라 이쪽 저쪽으로 옮겨가는 ‘그네 외교’를 펼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혹여 그런 ‘그네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네 외교’는 줄타기에 능해야 하는 외교전략이다. 외교주체가 상대로부터 절실함과 필요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칫하면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외교참패가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 정권의 이런 외교참패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드문제로 중국, 지소미아로 일본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도 모두 헝클어진 것 같다. 좌파성향 인사들이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다는 주한 미국 대사의 언급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미국은 협상장에서 쉽게 풀어 갈 수 있는 즉 서로가 당장 풀어낼 수 있는 것 부터 제안한다. 반면에 북한은 상대가 수용하기 힘든 것 부터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협상이 늘어지면서 상대가 지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북 경제제재의 고통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마지막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북한의 사정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내놓을지 모르지만,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대처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북미 간의 단순한 기 싸움으로 여기고 싶지만, 작금의 전반적인 흐름은 우리를 불안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간에 시도 때도 없이 쏴댔던 미사일발사는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서를 확연하게 위반했고, 깜짝 놀랄 실험은 통해 북한은 애초부터 비핵화에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북한에게 제대로 된 항의나 불만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연일 미국은 초정밀탐지를 수행하는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놓고 있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징후다. 우리 국민은 무턱대고 정부만 믿는 것인지 모르지만, 현재의 구체적인 정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설마 전쟁이 터지겠느냐는 안일한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다고 국내사정이 평온한 것도 아니다. 연일 청와대가 연루된 의혹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불안하고 착잡한 연말이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