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법무실) / 뉴스티앤티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당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을 조작하는 행위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러한 행위를 시세조종행위라고 한다.

시세조종행위는 내부자거래와 마찬가지로 주식의 등장과 거의 동시에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시세조종행위*를 처벌한 기록은 19세기 초 영국에서 발생한 '베렝거 사건'이다.

 

* 최초의 시세조종행위 - 베렝거 사건

나폴레옹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814년 2월 전쟁터인 프랑스에서 왔다는 한 병사가 잉글랜드 남부의 윈체스터 거리를 뛰어 다니며 “여러분 나폴레옹이 전사했습니다. 연합군이 드디어 파리를 점령했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다른 몇몇 사람도 같은 소문을 전하면서 소문은 사실처럼 온 도시로 퍼져 나갔다. 전쟁에 찌든 영국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뉴스는 없었다. 나폴레옹의 전사 소식으로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폴레옹이 사망했다는 소문은 거짓으로 판명됐고 주가는 폭락했다. 진상 파악에 나선 영국 정부는 드 베렝거(de Berenger)와 그 일당이 계획적으로 거짓 소문을 퍼뜨린 뒤 주가가 오르자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여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세조종행위는 통상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외에도 증권의 발행가격을 높이거나 원활한 발행을 위한 경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 시켜 합병 등을 성공하기 위한 경우, 증권을 담보로 확보한 증권회사나 사채업자의 반대매매 방지를 위한 경우, 상장 유지를 위한 경우 및 시간외 대량매매(실무에서는 “블록딜”이라고 한다)의 성사를 위한 경우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동기로 이루어진다.

시세조종행위 규제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는 증권, 파생상품 또는 그 증권,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변동∙고정시키는 행위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시세조종행위를 수법에 따라 위장거래, 매매유인행위, 시세의 고정∙안정행위, 연계시세조종행위로 구분하고 있다. 위장거래 시세조종행위부터 차례대로 살펴본다.

□ 위장거래 시세조종행위

위장거래 시세조종행위는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통정매매, 가장매매 및 통정매매와 가장매매의 위∙수탁행위를 하는 것이다.

위장거래로 시세조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통정매매 또는 가장매매 사실 외에 주관적 요건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오인하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이 요구된다. 이러한 목적은 증권의 가격 및 거래량의 동향, 거래 전후의 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 및 공정성 등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다른 목적과의 공존 여부나 어느 목적이 주된 것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시세조종 목적 외에 주식거래에 기업인수∙합병 등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범죄성립에는 지장이 없다. 또한 그 목적을 적극적으로 원했거나 확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며, 투자자의 오해를 실제로 유발하였는지 여부나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도 문제되지 않는다.

아래에서는 위장거래 시세조종행위인 통정매매, 가장매매 및 통정매매와 가장매매의 위∙수탁행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① 통정매매

통정매매는 자기가 매도, 매수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 매도할 것을 사전에 타인과 약속한 후 매도, 매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통정매매는 해당 종목의 거래량 부족 등으로 시세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일정 수준의 시세를 형성하려는 의도에서 많이 이용된다.

한국거래소 업무규정에서 인정하는 장중대량매매, 시간외대량매매도 외형상으로는 통정매매에 해당하나, 매매성황 오인이나 오판 유발의 목적이 없으므로 시세조종행위로 처벌하지 않는다.

통정매매의 예로는 증권회사의 반대매매 시점과 수량을 알고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반대매매물량을 매수하기 위한 주문, 신고하지 않은 시간외 대량매매, 시장조성∙안정조작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대량매매 등이 있다.

◆ 해외투자자 유치를 가장한 통정매매

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판단하게 할 목적으로, 자신이 매도주문을 내고 공모자인 글로벌 투자은행 직원에게 매수주문을 내도록 하여 매매거래를 체결하는 행위

② 가장매매

가장매매는 실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거짓으로 꾸민 매매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일인 명의 계좌간의 매매뿐만 아니라 매도 및 매수 계좌 명의는 서로 다르더라도 같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차명계좌 거래도 포함한다.

가장매매는 외관상 매도인과 매수인간에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매매로서 실질적으로 권리의 이전이 이루어지는 통정매매와 구별된다.

③ 통정매매, 가장매매 위∙수탁행위

시세조종행위 규제에서는 통정매매나 가장매매 그 자체는 물론 통정매매나 가장매매를 증권회사에 위탁하는 행위와 수탁하는 행위도 처벌하므로 매매를 수탁한 증권회사 직원도 수탁한 매매가 통정매매나 가장매매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시세조종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행위 미수를 처벌하지 않다. 하지만 위 통정매매, 가장매매 위∙수탁행위 처벌규정은 사실상 시세조종행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역할을 한다.

□ 매매유인목적 시세조종행위

매매유인목적 시세조종행위는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현실매매, 시세조작 유포, 허위표시∙오해유발표시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라 함은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시세를 변동시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는 그 시세가 증권시장에서의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오인시켜 증권의 매매거래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의미한다. 다만, 매매유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행위자의 자백이 없는 이상 엄격한 증명이 어려우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자백이 없더라도 거래의 동기, 매매거래의 규모와 태양, 매매거래에 부수한 전후 사정 등으로 매매유인 목적을 입증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증권 가격이 하락하여 추가담보를 요구 받는 채무자, 대량의 증권을 보유한 자, 전환사채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시장가격 상승을 바라는 발행회사 등은 그러한 사정이 없는 자보다 매매유인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 많다.

매매유인목적 시세조종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매매를 유인할 목적 이외에 현실매매 시세조종행위, 시세조작 유포 시세조종행위, 허위표시∙오해유발표시 시세조종행위가 필요하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① 현실매매 시세조종행위

시세조종행위 중 규제하기가 가장 어려운 유형이 현실매매 시세조종행위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A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자 증권시장에서는 대량의 매수세 유입 때문에 기대감이 발생하여 A회사 주가가 폭등하였고 투자자는 곧바로 A회사 주식을 전량 매도하여 큰 이익을 취하였다고 하자. 투자자를 시세조종행위 금지 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 이러한 현실매매는 외형상 정상 거래인지 시세조종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시세조종행위 성립 여부는 행위자에게 매매유인목적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앞에서 보았듯이 매매유인목적은 거래의 동기, 매매거래의 규모와 태양, 매매거래에 부수한 전후 사정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심리적 상황을 당사자 이외의 자가 입증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현실매매 시세조종행위는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라 함은 본래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될 시세 및 거래량을 시장요인이 아닌 다른 인위적 요인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말한다. 현실매매 시세조종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고가 매수주문

고가 매수주문은 직전 체결가격 혹은 상대호가 대비 고가로 매수주문을 반복적으로 내어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방법으로서,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이게 하거나 특정 매수 세력이 유입되어 주가가 강하게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일반투자자들을 매매거래에 유인하는 수단이다.

고가 매수주문이 언제나 시세조종주문은 아니다. 주식시장의 거래상황에 따라 물량확보를 위해서는 직전 체결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가주문은 원칙적으로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이미 대량의 물량을 확보하여 높은 가격에 추가 매수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올리기 위해 계속, 반복적으로 고가주문을 내면 시세조종행위로 의심 받을 수 있다.

- 물량소진 매수주문

물량소진 매수주문은, 매도 1호가에 나온 매도물량을 소화하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매수주문을 하여 일반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처럼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하여 매매거래를 유인하는 방법이다. 매도 1호가의 수량을 모두 매수하지 못한 경우라도, 매도 1호가의 수량을 지속적으로 흡수함으로써 거래량이 늘어나고 주가가 인위적으로 지지되었다면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 허수주문

허수주문이란 매매를 유인하거나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려고 진정한 매매체결의사 없이 체결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내거나 직전 체결가와 유사한 가격으로 호가를 대량으로 낸 후 시가의 변동으로 체결 가능성이 발생하면 호가를 정정하거나 취소하는 매매주문을 말한다.

이러한 허수주문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는 매수주문이 당시의 직전 체결가 또는 상대호가, 거래량 및 주문 잔량을 고려하여 즉시 체결될 가능성이 있었는지, 저가에 대량의 매수주문을 내고 그 이후에 주문을 취소하거나 저가의 매수주문을 분할하여 연속하여 반복적으로 내는 태양을 보이는지, 당일 고가 매수주문이 존재하는 등 상반된 양태를 보이는지, 매수주문 수량이 당시의 거래량, 매수․매도 주문 잔량 등과 비교하여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보이는지 등 거래 당시의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 허수주문 시세조종행위

A회사 주가가 비교적 낮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어 주가의 하루 변동폭이 크며, 가격결정방법이 동시호가방식으로 30분마다 체결되어 시세조종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여 인터넷을 이용하여 A회사 주식 170,000주를 직전 매매체결가보다 150원 낮은 주당 850원에 매수주문 하는 등 총 54회에 걸쳐 실제 매수할 의사 없이 총 3,794,110주의 매수주문을 낸 행위는 허수주문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

- 시∙종가 관여 매수주문

시∙종가 관여 매수주문은, 개별 호가와 주문수량은 공개되지 않고 예상 체결가격과 예상 체결수량만이 공개되는 시가 결정을 위한 호가 접수시간(08:00~09:00)과 종가 결정을 위한 호가 접수시간(15:20~15:30)에 예상 체결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하여 일반투자자들의 매매를 유인함으로써 시가나 종가가 높은 가격에 결정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편, 예상 체결가격과 같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한 경우에도, 해당 주문으로 예상 체결수량이 증가하여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으므로, 예상 체결가격과 같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시세조종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상한가 매수주문(소위 ‘상한가 굳히기’)

상한가 매수주문은, 주가가 상한가를 시현하고 있을 때 상한가로 대량의 매수 주문을 내어 상한가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일반투자자들이 상한가 매수 잔량을 보고 투자판단을 하는 상황에서 상한가가 다음 날에도 이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매도주문이 없는 상태에서 상한가 매수주문을 한 경우에도, 추후에 나온 매도물량을 지속적으로 흡수하여 주가를 상한가에 머물게 하므로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 시장가 매수주문

시장가 매수주문은 주문 제출 시 가격을 지정하지 않는 주문으로서 매매주문이 시장에 도달했을 때에 체결 가능한 가격으로 매매가 이루어진다. 시장가 주문은 원칙적으로 시세조종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매도 주문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가 매수주문만 계속 접수되면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으므로 시장가 매수주문도 시세조종행위로 취급될 수 있다.

- 기타

가격, 거래성황 여부 등에 대한 타인의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기 위한 운용계좌 상호간 매매주문, 시초가 고가매수, 당일 최고가 형성을 위한 고가매수, 종가 상승을 위한 고가매수, 체증식 고가매수도 현실매매 시세조종의 방법에 해당한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