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통일부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분출되는 통일관련 논의와 의견을 수렴하여, 체계적-제도적인 틀에서 통일을 다루는 중앙행정기관이다. 당연히 현 집권세력의 편향 된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지향적이고 범국민적으로 체계적-제도적인 관점에서 관련정책이 다듬어져야 마땅하다. 통일정책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한 해를 넘기는 시점에서 통일부가 논의와 의견수렴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보면, 통일부의 현 주소가 긍금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관련 여타 사례를 보자. 독일 통일 직후에 우리 정부기관에서 수많은 관계자들이 독일을 다녀갔다. 우리도 통일에 직면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시사점이 무엇인지 등을 염두에 둔 소관 부처 공무원들이 대거 독일을 방문했다. 차라리 유관부처 공무원들이 팀을 이뤄 함께 나왔더라면 예산과 인력도 줄일 수 있었다. 파견된 공무원들 조차 언어장벽 탓에 제대로 일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가 하면, 통일 여파에 정신없는 독일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협조요청에 불만을 제기 할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일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는 볼멘소리였다. 

반면에, 북한은 통일독일 특히 동독체제의 와해의 원인과 과정을 세세하게 챙겨갔다. 아마 유일존엄 체제의 와해에 대비하려는 특명을 갖고 다녀갔을 것이다. 동독체제의 무너짐과 동시에 통일과정 특히 동서독 간의 군사적 갈등까지 살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에겐 통독 후에 만난 전 동독출신 군 장성의 하소연이 또렷하다. 군 장성들은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총 들고 저항이라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불신과 통일 후의 홀대에 대한 때늦은 후회였다. 북한에서 파견 온 자들은 체제유지와 통일 후유증에 더 관심을 뒀다고 본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래도 이전보다 통일정책이 가다듬어졌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워 추진되고 있다. 정권이 표방하는 가치와 정책이 얼마나 잘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차기 권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만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통일부의 위상이다. 통일부가 앞장서서 아니, 정확한 표현으론 청와대가 나서서 북한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사례를 수차례 지적했다. 오매불망 김정은 방문을 고대하는 모습이 서글프다. 북한이 우리에게 별의별 모욕적인 언사와 공격성을 내보여도 무반응이다. 인내는 그럴 때 필요한 게 아니다. 당당하게 대응해야 진정한 대화가 열리는 법이다. 대화는 일방적으로 참고 이겨낸다고 승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비방과 비난을 자제하되, 할 말은 해야 진정한 협상이 가능하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아픈 손가락이자, 손대기 쉽지 않은 뜨거운 화로다. 대내외적으로 얽힌 사안이자 우리 국민감정이 만감하게 반응하는 난제다. 금강산관광 중단의 배경과 북한의 후속조치는 차치하더라도 북한선원 2명 강제북송, 관광시설물 철거요청에 원산 갈마지구 개발 제안 등 일련의 사안처리에서 통일부의 저자세가 통탄스럽다. 청와대에서 강제북송 조치를 강권하더라도 통일부장관이라면 직접 나서서 저지해야 마땅했다. 그 정도의 소신과 배짱없이 어떻게 북한과 협상하겠는가. 청와대마저 설득 못하는 장관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처럼 남남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 하에선 남북관계의 긍정적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이 요구하면 즉각 웃음짓고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통일정책의 결실은 요원하다는 점이 드러난지 오래다. 

외교부는 2019년 외교백서에서 기존의 일본관계를 슬그머니 수정-약화시켰다. 기존의 ‘일본은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소중한 이웃’이 아닌 즉, 일본과의 동반자 관계를 허물고 그 자리를 러시아로 대입시키고 있다. 이런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하였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통일부는 백서에 무엇을 담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권력 눈치보기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합리적-현실적 관점에서 정책을 가다듬어 주길 기대한다. 통일정책은 국민을 보고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