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철강 분야 '무역장벽' 주장…압박 강화할 듯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주요 내용 /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앞날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FTA 재협상을 통보했다.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는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며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한미FTA를 개정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합의된 내용이 아님에도 양국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다시 거론하면서 강행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공동언론발표 하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FTA를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 4월 27일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한미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terminate)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애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무역보다 북핵이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29일 백악관이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을 시사하면서 한미FTA가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만찬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포함해 많은 주제가 논의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날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계속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은 양측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계속 반대하면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종료 후 브리핑에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한미 양측간 합의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 의지가 강한 데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일방적 의사만으로 한미FTA를 폐기할 수 있어서 재협상을 무조건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재협상에 들어간다면 범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예상보다 큰 폭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한미FTA)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무역장벽'이라고 판단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규제나 값싼 중국산 철강을 사용한 우리나라 철강제품의 미국 수출 등 문제로 삼을 수 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1∼22일 공청회에서 "200억∼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한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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