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충남대 제19대 총장선거에서 건축공학과 이진숙 교수가 당선됐다. 아직 교육부의 검증 절차와 청와대의 임명이 남아 있지만, 특별한 흠결이 없는 한 1순위 후보자를 임명하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 당선자의 임명은 기정사실이다.

지난달 28일 이 교수의 충남대 총장 당선은 그야말로 파란이었다. 이 당선자는 앞으로 모든 행보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이 당선자는 1952년 충남대 개교 이래 최초의 여성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비롯하여 지역 최초의 여성 총장일 뿐만 아니라 거점국립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라는 입지를 굳히게 됐다. 또한 이 당선자는 1993년 2월 재선에 도전하던 오덕균 총장을 상대로 2표 차이의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면서 충남대 출신 최초의 총장으로 선출된 12대 정덕기 총장 이후 26년 만에 모교 출신들의 숙원을 풀어준 당사자가 됐다.

충남대 구성원들이 이 당선자를 19대 총장으로 선택한 것은 변화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당선자가 국제교류본부장이나 공과대학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업적 등 능력도 이번 당선에 도움이 됐지만, 이 당선자가 1989년 모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교수·직원·학생·동문 선후배 등과 격의 없이 소통한 점이 이번 당선의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평가인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 이 당선자는 다른 여섯 명의 후보들보다 가장 늦게 출마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와 결선 투표를 치른 김영상 후보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장 출마 의지를 갖고, 총장 당선을 위해 매진한 것에 비하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점을 보면 이 당선자는 승부사적인 기질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당선자의 앞에는 충남대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지방대의 학생 충원에 비상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거점국립대와는 달리 대전·세종·충남 등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 당선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 동안 충남대는 중부권 대표대학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 있지 못했다. 1989년 충남대에 총장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현재의 오덕성 총장까지 지역민은 고사하고 구성원들에게 존경받는 총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지역사회의 평가는 충남대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201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충남대가 26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이어진다.

이 당선자는 제발 전임 총장들의 전철을 밟지 말기 바란다. 이 당선자가 교수·직원·학생·동문·지역사회와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충남대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낸다면, 임기를 마칠 즈음에는 구성원들이 총장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는 환호를 보낼 것이고, 지역사회의 영원한 어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당선자가 충남대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충남대와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 또한 잡게 될 수도 있다.

이 당선자는 총장에 출마하면서 ‘CNU 100년, 위대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며, ‘공감’·‘품격’·‘미래’를 대학운영의 핵심가치로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당선자가 강조한 공감’·‘품격’·‘미래’가 결코 虛言(허언)이 아니라 ‘CNU 100년, 위대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반드시 실천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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