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방정부총회, ‘대전의 맛’도 중요하다
세계지방정부총회, ‘대전의 맛’도 중요하다
  • 손규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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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성(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김장김치 가운데 배추김치는 우리의 고유음식일까. 너무나 당연히 우리 고유음식이다. 그리고 현재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한류음식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그러면 그 역사는 얼마나 될까. 고춧가루로 버무린 배추김치의 역사에 대한 학자들의 분석은 대체로 18세기 중엽으로 본다. 고춧가루와 결구가 되는 통배추의 국내유입 시기 등을 따져 역산한 것이다. 물론 일반 김치의 역사는, 어떤 채소를 사용하고 향신료로 무엇을 넣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13세기 고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양념으로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김치는 그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장용 배추김치는 다국적 산물이다.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고, 통배추는 중국 북부지방에서 18세기에 들어왔다. 애초 토종의 순수 국산 재료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채소와 향료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우리 고유의 배타적인 발효식품이라고 믿는 김장김치는 사실 ‘세계와 서로 소통·교류’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역사적 창조물이다. 다시 말하면 외국의 특산물을 수입해서 리모델링한 뒤 우리의 맛의 구조에 맞게 멋지게 토착화시킨 것이다.

세계의 지방정부끼리 소통하는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를 대전시가 유치했다. 전 세계 140여 개국의 1000여 개 도시정상들이 2022년 10월에 대전에 모여 총회 등 4박 5일간 회의를 연다. 지방정부 관계자 5천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대전시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엑스포 개최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오고, 한국에서 열린 그동안의 국제행사와 비교해도 참여국과 참여자 수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국제행사이다.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이 개최 수락연설에서 밝혔듯이 회의 주제인 어젠다는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장 큰 관심은 참여자 5천여 명에게 매끼 식사로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에 닿아있다. 대전의 맛을 어떻게 펼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고 있다.

음식은 문화이다.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는 지방정부와 지역민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이다. 지방정부 참여자는 이런 논의와 함께 총회 주최국의 문화도 알고 싶을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알고 싶을 때 음식만큼 중요한 매개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음식은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구성되는 먹거리이다. 여기에는 날씨와 토양, 사람의 성정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그래서 “영혼의 음식”으로 불려진다. 이런 음식에서 나오는 맛은 무형의 사회적 구성물이고 국민적 취향을 나타내는 지배력이다. 그것이 바로 문화이다. 대전의 대표적인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문화를 이입시키는 일이 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흔히 “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는 없고 20개의 지역만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권은중, <음식의 경제사> 저자). 포도주와 올리브유, 치즈는 이탈리아에서 재배되고 만들어지지만 지역적인 개성 즉 맛이 모두 다르다. 그만큼 지역색이 강하다는 것이다. 대전에도 지역적 특색을 담은 음식이 많이 있다. 대전시에서 지정한 대표음식이다. 설렁탕, 돌솥밥, 삼계탕, 숯골냉면, 대청호 민물고기매운탕, 구즉 도토리묵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입맛을 보편적으로 맞추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맛의 우수함이나 뒤떨어짐이 아니라 음식의 형태 등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듯하다. 탕류(국) 등의 습식음식이 너무 낯설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고 총회 참석자들에게 매끼 천편일률적인 호텔음식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대회 참가국과 참여자가 너무 많다. 대전이라는 도시브랜드와 우리의 문화를 한껏 고양시킬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사장시킬 수도 있다. 또 대전 음식산업의 고도화와 국제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내칠 수도 있다. 적어도 참여자들에게 하루 한 끼 내지 두 끼는 우리의 음식을 시식하게 해야 한다.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준비를 위한 특별전담 조직이 시청 내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담팀에서 식사공급을 위한 음식담당 조직이 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에서 음식전문가와 특색음식점 취급업소 대표 등이 참여하는 민간자문위원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 위원회에서 우리 특색음식을 어떻게 만들고 공급할지 등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서 우리의 음식문화와 레시피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하도록 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민간분야의 음식점도 총회준비와 실행에 참여하게 돼 총회가 범시민적 대회로 승화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파급효과도 덩달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은 계급이고 신분이다. 그런 인식을 벗은 지가 오래되지 않았다. 귀족과 평민이 먹는 음식은 달랐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하는 문화자본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소득이 늘어나고 신분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음식에서 취향의 차이에 의한 계급개념이 사라지게 됐다. 특히 인터넷 등의 발달로 ‘맛집’이라고 평가받는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용할 수 있으면서 “아마추어 미식가라고 할 수 있는 ‘푸디(foodie)’”가 나타났다. 음식의 계급화는 경계가 급격하게 허물어졌다. TV 등에서 방영되는 ‘먹방’과 ‘쿡방’은 그런 트렌드가 없어졌다는 증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참석자들은 한국의, 특히 대전의 상류층 음식과 서민의 음식을 구분해 경험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우리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일이 된다. 현재 중구청 주최의 축제가 열리는 ‘칼국수’는 계급화된 음식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밀재배 지역인 서유럽에서 보듯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정치적 음식이기도 하다. 반면에 서구 음식의 대표성을 가진 푸드 앤드 와인축제도 계급화 컨셉의 음식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개의 축제를 대회기간에 함께 개최하는 것도 의미 있는 먹거리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은 기억이며 추억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음식의 맛은 혀가 느끼는 맛이 아니라 모든 감각적 정보를 종합하여 느끼는 뇌의 지각을 통한 경험이다. 음식을 먹은 때와 장소, 함께한 사람들 등에 대한 복합적인 정보가 음식 맛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정소영, <맛, 그 지적 유혹>). 세계지방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의 음식을 먹고 그 맛을 기억하면서 그 때의 장소와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경험이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들 마음에서 대전은 잊을 수 없는 도시가 된다. 세계지방정부연합 대전총회에서 대전 특색의 음식준비가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처럼 맛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세계와의 교류와 소통에 이보다 더 좋은 매개체는 없다.

2019. 11.25.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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