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짧은 일생 영원한 조국을 위하여] 목숨건 침투 - 11 21사단장 Ⅱ
[내 짧은 일생 영원한 조국을 위하여] 목숨건 침투 - 11 21사단장 Ⅱ
  • 뉴스티앤티
  • 승인 2019.11.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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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 일대기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 / 뉴스티앤티
이진삼 전 육군참모총장 / 뉴스티앤티

남조선 최고의 악질

내가 초급장교인 대위와 소령 시절 많은 적을 잡은 내용이 언론에 노출된 후, 장군이 되어 전방 지휘관으로 보직될 때마다 북괴는 확성기 방송을 통해 노골적으로 ‘남반부 장병을 괴롭히는 이진삼’이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장병들도 대응방송을 했다. 휴전선에서는 북한군이 종종 아군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사단장인 내가 책임지겠다.’며 몇 십 배의 대응사격으로 북괴군의 기를 꺾어놓았다. 1988년 1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전금철은 평양에서 가진 내외신기자회견에서 “3군단장 이진삼은 북조선에서 남쪽을 침략했다고 까발리는 남조선 최고의 악질이다. 전투 준비를 강조하며 남조선 장병들을 괴롭히는 최고의 악질 선동분자”라고 방송했다. 미국장병들은 합동훈련 때마다 ‘Tiger General Lee(호랑이 장군)’라고 불렀다.

3군단장 시절, 팀 스피릿 훈련을 참관했던 노태우 대통령이 청군 미 2사단장이었던 팰리스 소장에게 “여러분의 청군 군단장 이진삼 장군은 내가 연대장 때 대대장이었고, 공수여단장인 때는 나의 참모장이었다.”고 말하자 미 2사단장은 “우리 모든 장병들은 그를 Tiger General Lee”라 부른다고 말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치며 웃은 적이 있었다.

1989년 9월 미 전력사령관으로 떠나는 한미야전사령관 버바(Burba) 중장이 대장이 되어 고별인사차 1군사령부를 방문했다. 점심식사 메뉴로 불고기 파티를 하던 중 마이크를 잡은 버바 장군은 “나는 1959년 미국 육사를 졸업하였고 Tiger General Lee도 1959년 한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동기생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호랑이는 생고기를 먹는데 오늘 고기를 왜 구워먹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답사에서 “요사이 호랑이는 현대화되어 고기를 구워먹는다. 이것을 모르는 버바 장군은 현대화되는 한국군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해서 파티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귀한 집 자식

북한군이 나를 ‘남조선 최고의 악질’이라 하고 미국 장군이 ‘호랑이 장군’이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같이 근무했던 사단 법무참모는 말한다.

“굉장히 강하고 엄한데 처벌하는 일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포병부대 부식차량을 운전하던 운전병이 빙판이 된 UN터널에서 전복, 선임 탑승자 중사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사단장으로 부임하기 2개월 전의 일이다. 법무참모가 운전병 처벌결재를 보고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운전병이 운전면허를 어디서 받았는지를 물었다. 군대에서 받았다고 했다.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1년 6개월 징역이 구형됐습니다. 6개월 감형시켜주셔도 됩니다.”

나는 일갈했다.

“안 돼, 무죄야. 경고처분이다. 부식을 운반하다가 일이 생긴 사고다. 운전 잘하는 병사를 보냈어야지. 이런 험한 지형에서 경험 없는 초보 운전병이 당황해 브레이크 밟으려다 액셀을 밟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운전병을 처벌하면 앞날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고는 포병대대 운전병을 사단 직할부대 수송부로 전속시키고, 배차한 수송관에게 경고장을 주도록 했다. 사단장은 법무참모가 직접 전 장병에게 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하여 장병의 사기를 죽이지 않을 것을 지시했다. 사고도 종류가 있다. 임무수행 중 사고였다. 상등병으로 운전대를 잡은 병사에게 처벌은 경우에 맞지 않는 일이다. 처벌에 앞서 구제가 먼저다. 장래가 구만리 같은 병사 인생에 전과자란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지시했다.

“법무참모! 귀한집 자식들을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라.”

사단장은 “내 아들도 전방 6사단 19연대 전투지원중대 소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법무참모는 이 사실을 전 사단 장병에게 대대별로 순회교육을 하면서 알렸다. 장병들은 사단장이 나타나면 여기저기서 함성을 질렀다. 장병들은 “열심히 근무하고 국가에 충성하겠다.”는 다짐을 부모에게 편지로 써 보냈다. 휴가를 나갔던 병사들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전해들은 부모와 형제들로부터도 250여 통의 감사 편지가 날아들었다.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부하를 살핀 자그마한 마음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다. 그 후 전 장병은 험한 산악사단 21사단에서 차량사고 한 건도 없이 전역해 부모님 곁으로 돌아갔다. 사기충천한 가운데 부대 전투력이 향상되어 무적 산악사단이 되었다. 사단장의 장병들에 대한 조그마한 조치가 예상치 못한 부대 단결, 상경하애(上敬下愛)로 뭉쳐 강력한 백두산 부대가 되었다.

법무참모가 사단 장병들의 사기와 전투력 증강에 크게 기여하였다. 21사단 부대마크는 산 모양으로 백두산 부대다.

“한 번 백두인은 영원한 백두인이다.” 전역한 장병들의 구호다. 백두인은 지금도 나를 만나면 백두산 화이팅을 외친다.

 

자작시 모음

계급장은 일등병

1. 정다운 나팔 소리 해는 뜨고 해는 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급장은 일등병

나라에 한 목숨을 바치자는 도를 닦아

저 북쪽 바라보며 휴전선을 찾아가는 사나이다.

2. 조각달 웃어 주는 야영의 밤 즐거워라

장부타령 십팔번에 인기 끄는 일등병

대머리 부대장님 한결같은 사랑 속에

휴전선 뚫고 넘을 명령을 기다리는 사나이다.

(1983년 5월 신병교육대에서)

병상에 누워서

1. 저 멀리 석양이 서산에 질 적에

분한 마음 참지 못해 잠 못 이뤘소.

비 오는 그날도 창문 밖으로

마음은 전선에 달려가건만

어이하여 다친 이 내 몸은

한 발을 못 걸어가나.

2. 저 멀리 달빛이 창문에 질 적에

부모님 그리워 혼자 울었소.

눈 오는 오늘도 창문 밖으로

마음은 고향에 달려가건만

어이하여 아픈 이 내 몸은

가지를 못 하고 있나

(1983년 7월, 208이동외과 병원에서)

붉은 이리떼

기우는 달 보고

너는 무엇을 기대하겠다는 거냐

너의 칼은 녹슨 채 칼집에 들어 있고

너의 창은 부러져 버려졌고

너의 방패는 여기저기 갈라졌느니

그런데도 너는 누굴 위해

싸움터에 웅크리고 있는가!

(1984년 5월, 937고지 백호 OP에서)

영(靈)의 계곡

여기는 지루하고 고독합니다

선배들의 영이 벗이 되어

영광의 전쟁과 무용담을 들려줍니다

영혼들의 비밀을 어디까지 싣고 갈 것인가

부디 영의 귓전에

총검의 이야기로 괴롭히지 말아주오

용맹의 진군 나팔소리

지금도 골짜기를 향해 외친다

내가 쓰러지며 눈물 흘렸으되

너희는 울어주지 않는구나

내가 승리의 함성 외쳤으되

너희는 춤을 추지 않는구나

내가 울고 노래까지 부르란 말이냐

(1984년 8월, 983고지 피의 능선 계곡에서)

이 한목숨

내 조국 이 땅 위에

부모님 나를 낳으시고

스승님 나를 가르치셔

나라님 총칼 주셨으니

길이길이 닦아

이 나라 지키리라

(1984년 8월, 종합훈련장 준공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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