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한반도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현상유지(status-guo)를 지탱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지난 날의 역사 속에서도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늘 불안했다. 아직도 안보 측면에선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변수가 터져 나올지 모르는 불안하고 뜨거운 화덕이 곧 한반도다. 우리로서는 분단의 고통과 함께 험난한 국제적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하는 고된 운명이다. 설령 통일이 되더라도 그런 형국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힘의 균형과 갈등문제는 시대가 달라져도 우리 삶과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잠시 작금의 국내 사정을 살펴보자. 정치권은 그 어느 때 보다 혼란스럽다. 특히 패스트트랙에 올라 온 연동형비례제를 염두에 둔 각종 단체들이 정당만들기에 혈안이다. 알려진 바로는 벌써 40-50여 개에 달하는 정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수진영의 대통합도 삐걱거리고 여야에서 불출마 의원들도 연신 등장하고 있다. 정당 간의 통합 및 공천 문제를 놓고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 내의 잡음이 더 커질 것이다. 해를 넘기면서 까지 이런 정국의 혼미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제도권 밖에서도 자유우파와 진보좌파진영 간의 끊임없는 시위와 여론전이 거세다. 문재인 정권도 할 말이 많겠지만, 국정과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당면한 현실은 어두운 형국이다. 경제도 어렵지만 지나치게 경사된 대북정책은 추동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에게 북한정권의 대변인 또는 입에 담기도 거북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의 피드백도 멈춘 것 같다. 참 답답하다. 이런 정황 하에서 민심의 결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집력은 외교협상에서 큰 힘이 된다. 공교롭게도 정치권의 혼미와 민심이 분열되는 그런 시점에서, 한미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의 5배인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부자라서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비용산출의 근거가 명료하지 않고, 동맹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풀어 말하면, 그간에 너무 싼 값으로 물건을 팔았지만 이제부터는 제 값을 받겠다는 논리다. 참 궁색하고 난처한 일이다. 역지사지로 판단하면,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역할은 미국이 패권국가로서의 전략적 관점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반영하는 일면이 강하다. 사드배치도 양국 간 상호이익에 준하는 조치였다지만, 우리는 중국으로 부터 일방적인 불이익을 오롯이 감내해야만 했다.

이번 협상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을 암시하는 의도적 발언을 해 왔다. 매우 전략적 접근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가, 코 앞에 닥치고 나서야 허둥지둥 하는 격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는 우리 안보에 기여를 담보로 해마다 지불해왔지만,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미국의 국익에 상응하는 일면을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점을 우리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강조해야 마땅하고, 협상전략과 논리를 가다듬어 강단있게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 여차하면 미군감축 및 전략자산에 대한 가치환산을 적극적으로 요구 할 때도 되었다. 언제까지나 미국의 요구에 순응 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필이면 지소미아 건과 맞물려 협상 자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져 있지만, 우리가 지불하는 방위비는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여야가 따로 없다. 적어도 방위비 문제만큼은 여야가 합심하여 협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제도권 밖에서도 이념과 진영논리로 협상분위기를 흐려선 안 된다. 국익제고 차원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힘을 바탕으로 움직이지만, 진정한 동맹은 상호이익을 교환하는 윈윈관계다. 한미관계는 종속적 관계가 아니다. 지금처럼 전방위적인 압력과 회유를 행하는 미국에게 좀 더 강단있게 대처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우리도 협상카드를 찾아보면 넘쳐난다. 당장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과 전략무기에 스스로 맞설 수 있는 전략자산, 미사일 사정거리 확대 핵잠수함 및 다각적인 전략자산 구입 등을 강하게 요구해줬으면 한다. 일례로 원자력연구소에서 작은 크기의 핵실험도 미국의 감시 하에 있는 처지다. 우리가 여력 있을 때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전략품목과 심지어 핵무장 까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요구함이 마땅하다.

평화는 남에게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다. 우리의 철저한 방어의지와 두려움을 극복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수없이 치러진 전쟁들을 잊었는가. 서글픈 지난 역사의 틀은 여전히 유효하다. 혈맹이든 동맹이든 국제관계는 시시각각 변한다. 어느 국가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외교를 펼치기 마련이다. 안보와 특히 방위비 문제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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