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을 넘어서는 지점에 이르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박 전 대통령의 몰락은 보수진영의 와해를 초래한 결정적인 단초였다. 보수진영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권과 함께 득세했다. 문 정권은 촛불집회로 결집된 지지층의 지원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출발했다. 광장에서 외쳤던 정의와 공정의 가치는 대선공약으로 가감없이 반영되었다. 촛불세력의 극성 지지층은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애칭) 하고 싶은거 다 하라”는 격려성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에 호응하듯, 문 대통령은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했지만 벌써 임기 반을 채워가고 있다.  

임기 반환점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출발 당시의 각오와 의지가 무색한 지경이다. 솔직히 표현하면 그간에 일궈 놓은 국정운영의 성공과 가시적 결과가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와 외교 등 어느 분야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안 보인다. 시나브로 임기가 반을 넘었는데도 아직도 사회 전체가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아직 임기가 반이 남은 상태이기에, 섣불리 공과를 따지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나라가 이전과 달리 너무 변한 것 같다. 사는 게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대와 달리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별다른 결실을 거두지 못했고, 평화경제의 포장 속에서 남북관계는 심각하게 엇박자 중이다. 한반도 주변 4국과의 외교관계는 물론 글로벌 외교네트워크 마저 동력이 미약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국정운영에 관한 후한 점수를 매길 수 없다.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 조국은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실토했고, 편향적 이념교육에 반기를 들고 나선 고등학생들도 등장했다. 북미회담과 북핵해결의 중재자를 자임했던 문 대통령의 현실은 어떤가. 주지하다시피, 맥이 빠져서 조목조목 짚어 볼 엄두가 안 난다.

이런 국정운영의 난맥을 타개 할 뾰족한 대안마저 제시하지 못하는 문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반발이 커지는 것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렇다고 상존하는 이념적 편향성을 수정해보려는 의지도 열정도 취약하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국정운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불안감의 증폭을 체감하는 중이다. 다만, 문 대통령에 대한 극성 지지자들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수를 보내는 중이다.

사회가 양분되어 맞대결로 치닫고 있는 데, 문 정권의 반응은 태평하고 안일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평양에서 겁박과 공포에 질렸음에도, 문 대통령은 남북공동올림픽을 언급하는 중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직선적 비방과 비난이 입에 담기도 거북할 정도로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 탓에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당면한 현실이 참 안쓰럽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후유증이 우리 사회를 연일 강타하고 있다. 조국 가족의 수사는 목하 진행 중이지만, 조국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다. 진보진영은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외치고, 보수진영은 조국구속과 심지어 문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어수선한 혼란이 연이어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가치에 대한 혼돈과 급기야 아노미 현상까지 우려되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도 타협과 협치가 이전보다 더 인색해졌다.

요즘들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청와대도 적극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그 일례로, 문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과 주한 외교가 인사들을 초청하여 현 시국 돌파에 대한 자신감을 선보였다. 이례적인 시기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초대하여 언론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까지 만들었다. 아마, 간단없이 펼쳐지는 진영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검찰과의 껄끄러움을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카드로 강하게 맞서겠다는 메시지는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 기실 조국사태는 문 대통령과 여당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어쩐 연유인지 몰라도 여당 지도부 마저 대통령 심기만을 헤아리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야당이라도 정신차려야 하는 데, 자유한국당은 조국퇴진 직후에 자축분위기에 들떠있다. 정치인들은 매사를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고전적 판단이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안타깝다. 정치권의 맘은 이미 내년 총선을 향하고 있다. 작금의 어지러운 난국을 타개하려는 열정과 진정성이 아쉽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라도 국민이 맘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국정운영에 매진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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