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고의 어른을 뽑는 충남대 총장 선거가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충남대 19대 총장 선거가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 오덕성 총장의 임기와 신임 총장에 대한 교육부의 검증 절차 그리고 내년 21대 총선과 맞물린 유성구선거관리위원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여 다음 달 28일로 충남대 총장 선출 일정이 확정됐지만, 가장 중요한 교수·직원·학생 등에 대한 투표 비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남대는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수·직원·학생 등에 대한 투표 비율을 합의할 예정이지만, 교수·직원·학생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 아직은 투표율에 대한 진척 상황이 미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충남대의 교수·직원·학생들이 원만한 투표율 합의를 이끌어내 이번 19대 총장 선거를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대학에도 민주화 바람이 몰아치면서 충남대는 1989년 처음으로 임명제에서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했지만, 8명의 직선제(오덕성 현 총장은 간선제) 총장들 중 지역의 존경 받는 어른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사람은 애석하게도 단 한 명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충남대는 1989년 처음 직선제로 실시된 11대 총장 선거부터 2000년 14대 총장 선거까지 교수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고, 15대 총장 선거를 앞둔 2004년 직원들의 선거권 요구가 강해졌으나, 2004년 12월 22일 교수들만으로 15대 총장 선거를 강행하려다 직원들의 강한 반발로 결국 선거가 다음해로 연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직원들이 교수들에 비해 1/10표만 갖는 절충안으로 2015년 1월 13일 15대 총장 선거가 진행됐지만, 총장에 당선된 양현수 총장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충남대는 대학본부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불명예를 겪는다.

충남대는 이번 19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도 지난 15대 총장 선거 당시처럼 투표율에 대한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번에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선거권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 것 같다. 학생들이 교수들이나 직원들처럼 1인 1표를 요구하는 것은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정년이 보장된 직원들이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1인 1표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충남대에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교수에게는 1표를 부여하면서 20년 넘게 충남대에 재직한 직원에게는 1/10표 또는 1/5표만 부여한다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대학은 말 그대로 상아탑 아닌가?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상아탑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먼저 꽃피워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당연한 이치다.

충남대가 이번 19대 총장 선거를 화합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들이나 직원들 중 어느 한쪽에서의 양보가 필수적인데, 학내 민주화가 전향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이번에는 교수들의 통 큰 양보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여겨진다. 충남대가 이번 19대 총장 선거에서 직원들이나 학생들의 반발로 총장 선거가 연기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누가 총장에 당선되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번 19대 총장 선거에서는 교수들과 직원들이 학생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그들의 적절한 요구를 수용해주었으면 한다.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중앙 언론에서도 ‘충남대, 교수·직원·학생 갈등 없이 총장 투표 비율 확정’이라는 기사가 도배될 때 신임 총장의 권위가 그만큼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새로 선출될 신임 충남대 총장은 1977년부터 1985년까지 8~9대 총장을 역임하신 華谷(화곡) 서명원 박사의 일화를 항상 마음에 되새겼으면 한다. 오늘날 충남대를 반석 위에 세워놓은 공로 등으로 교육계 수장인 문교부장관까지 오르면서 아직까지도 충남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존경과 추앙을 받고 있는 서 총장은 충남대 총장 재임 시절 한 후배 교수가 “선배님은 교수면 교수, 직원이면 직원, 학생이면 학생, 동문이면 동문 등 모두에게 존경을 받는데 어떻게 하면 선배님처럼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A교수! 그런 내 속은 어떻게 되었겠나?”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새로 선출될 신임 충남대 총장이 자신의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갈 정도로 재임 기간 오직 충남대 발전만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서 총장의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되새긴다면, 충남대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우뚝 서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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