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 세 곳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등이 포함된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 동안 줄기차게 제기된 검찰 개혁안의 일환으로 내실 있는 ‘인권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수부를 대폭 축소한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검찰 특수부 폐지에서조차 충청도가 홀대 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12년 7월 1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가 공식 출범할 당시의 세종시 인구는 12만 2263명이었으나, 2019년 9월말을 기준으로 33만 9571명을 기록하면서 충청권의 인구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급기야 2013년 5월에는 1925년 인구 통계가 시작된 이후 88년 만에 최초로 충청권 인구가 525만 136명을 기록하며, 호남권 인구 524만 9,728명보다 408명 앞서기 시작했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추월하자 3선 충주시장과 재선 국회의원 그리고 충북도 최초의 3선 도백에 당선된 ‘선거의 달인’이자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시종 충북지사는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 앞으로 ‘영호남’이 아닌 ‘영충호’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충청이 나서서 영남과 호남 그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융합·화합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忠和嶺湖(충화영호)’를 지난 2014년 신년 화두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영충호’ 시대를 주장한 이후 많은 충청권 정치인들이 ‘영충호’ 시대를 외쳤지만, 실제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충청은 없고 영남과 호남만 존재하는 현실에 충청인들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지사가 ‘忠和嶺湖(충화영호)’를 2014년 신년 화두로 내세웠지만, 충청이 나서서 영남과 호남 그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융합·화합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영남과 호남 출신 인사들이 충청지역에서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을 차지하는 모습만 많이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지울 수 없다. 충청 출신들이 영남이나 호남에서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을 차지하는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데 말이다.

고등검찰청과 고등법원만 보더라도 충청권은 영남과 호남보다 40년이 지난 이후에야 설치되었다. 1947년 1월 정부 수립 이전에 경성공소원 검사국과 대구공소원 검사국이 각각 서울고등검찰청과 대구고등검찰청으로 개칭된 이후 1952년 4월 광주고등검찰청이 개청되고, 1987년 9월 부산고등검찰청이 개청될 때까지 충청권에는 고등검찰청과 고등법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충청권에 고등검찰청과 고등법원이 개청된 것은 지난 1992년 9월에서야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서 관할이 분리되어 대전고등검찰청과 대전고등법원이 설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영남에는 고등검찰청과 고등법원이 두 개씩이나 존재했던 1987년에서부터도 무려 5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야 충청권에 고등검찰청과 고등법원이 설치된 점은 충청인들이 한 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특수부 폐지 역시 충청인으로서는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혹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찰 특수부는 충청권에 없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국가 주요 행정기관 2/3 이상이 행복도시에 상주하고 있고, 대전에도 정부대전청사가 존재하며, 3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까지 감안하면 서울·대구·광주에 더하여 대전에도 검찰 특수부는 존치시켜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영남과 호남보다 40년이 지난 이후에서야 충청권에 고등검찰청이나 고등법원이 설치된 점에 비추어 볼 때 대구와 광주에는 존치하는데, 대전은 폐지로 가닥이 잡힌 이번 결정이 뼛속까지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못내 서운한 생각이 드는 이유가 괜한 기우였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 특수부 축소에 대해 윤 총장이나 검찰 수뇌부가 혹시라도 충청권에 특수부를 없애더라도 특별한 반발이 없지 않겠느냐고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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