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지만, 그 여파와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 중이다. 이런 비상한 사태발생의 근원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3일과 9일, 광화문 광장을 꽉 채운 수 많은 인파는 이런 불만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조국 사퇴 여부를 둘러싼 좌우 진영의 논리와 세 싸움이, 사퇴 이후에도 사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조국 사퇴의 직격탄은 그간에 견고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40%선도 무너뜨렸다. 돌이켜 보면 광화문-서초동 집회를 지켜 본 문재인 대통령의 안일한 판단과 대응이 화를 키우는 꼴이 되었다. 좌우 진영이 패를 갈라 대거 집결하자, 국민분열 현상이 아니라고 애써 부인했던 문 대통령이다.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탓에 사태의 심각함을 평가절하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을 기대했던 문대통령의 희망은 사라졌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자신의 언급이 뻘쭘할 정도로 갑자기 검찰개혁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임기 초반부터 서두를 것이지 지금에서야 외치는 검찰개혁의 진의도 석연치 않다. 법무부 관료들을 직접 불러서 검찰에 대한 감찰권 제고를 주문했던 문 대통령의 행동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일련의 조치가 검찰수사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 하에서 윤석렬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조국사태를 수사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국민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군중(crowd)은 특정 이슈에 따라 뜨겁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군중은 이슈가 발생하면 우르르 모였다가,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 즉 야구나 축구경기에 모여드는 집단도 군중이다. 물론 이념적-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모여드는 집단 역시 군중이다. 군중과 달리 대중(mass)은 미디어를 통해 이슈에 대한 인지와 판단을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집단이다. 대중매체(mass media)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광장집회 등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집단이다. 군중이 특정 이슈제기에 열을 올리는 반면에, 대중은 천천히 반응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군중집회에 동조하는 대중이 참여하면 사태가 결국 매조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수년 전에 펼쳐졌던 촛불집회가 군중과 대중이 어우러진 그런 사례다. 또 다시 국민저항권을 명분으로 군중과 대중이 합세하는 그런 조짐이 우려되는 형국이다.

조국과 가족을 둘러싼 수사가 목하 진행 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국이 술렁거리고 군중집회 열기의 향방도 달라질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불안한 심경이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와 서울대 복직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헝크러질 대로 망가진 상태에서 학자라면 한숨 고를 법도 한데, 왜 그리 서둘러 복직을 시도했을까. 학생들이 조국 복직에 대한 강한 거부현상을 내보이는 것 역시 자업자득이다. 게다가 조국 가족의 구성원들이 줄줄히 병원 신세를 진다고 하니,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감정도 불편한 기미가 역력하다.

그간에 SNS를 통해 쏟아낸 조국의 말과 글이 화를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를 일일히 열거하기도 남부끄러울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사라지게 만드는 퇴장”으로 규정지었던 조국이다. 이런 매몰찬 언급이 작금에 이르러 자신이 처해진 상황으로 되돌려 받고 있다. 사필귀정이고 스스로 매를 번 꼴이다.

조국이 남긴 후유증의 부작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연이어서 터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정전반에 관한 비판적 시각이 힘을 받으면서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구렁으로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검찰개혁, 공수처 신설과 패스트트랙 건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 뻔하다. 이에 편승하여 군중집회가 좌우진영 편들기에 나서면 나라는 온통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갈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와 안보 및 외교 특히 대북관계 등 어느 것 하나 국민이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공포와 겁박분위기에서 겨우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고 돌아 온 선수들의 실토에 치가 떨린다. 한술 더 떠 한줌의 극좌세력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저를 월담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이념적 다툼에 함몰되는 사이에 치안마저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참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 지금부터라도 청와대는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 자칫하면 정권의 와해까지 경험할지도 모르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조국 사퇴의 후유증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지만, 국민은 안정과 정상적인 삶을 원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문 정권은 국민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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