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지난 5월부터 충남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 북일고등학교의 ‘국제과 폐지’ 결정에 학교와 국제과 신입생 학부모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은 올해 4월, 북일고 재단인 북일학원 이사회가 국제과 폐지를 결정하면서 비롯됐다.

신입생 학부모들은 “지난해 11월 입학설명회 때만 하더라도 국제과 폐지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학교는 올해 4월 일방적으로 국제과 폐지를 통보해왔다. 폐지가 예정된 과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입학시키겠나. 이는 명백한 ‘입학사기’”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국제과 폐지는 국제과 학부모님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북일고등학교의 '국제과 폐지'결정에 학교와 국제과 신입생 학부모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뉴스티앤티

북일고 한상홍 교감은 23일 뉴스 T&T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제과 폐지는 한 번에 결정된 사항이 아닌, 학교가 다년간 노력했음에도 국제과 학부모님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정된 사항”이라며 폐지 책임을 과 내부로 돌렸다.

그는 “북일고의 일반과와 국제과는 등록금은 같으나 국제과 학생들에게는 일반과 5배의 혜택이 돌아간다. 3년 전 국제과 학생 1명이 일반 대학에 진학해 학교가 난리난 적이 있다”며 “올해는 국제과 졸업생 20명 중 13명이 국내 대학에 지원해 일반과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졌다. 학교가 국제과 학생들의 국내학교 지원을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바, 학교 내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국제과 폐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입생 설명회는 지난해 11월이었고, 대학 진학 결과는 올해 2월에야 나와 신입생 설명회 때 국제과 폐지를 얘기하지 못했다”며 “최근 학생·학부모·동창회·교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생·학부모는 90%이상, 교직원은 80%이상이 국제과 폐지에 찬성했다. 국제과 폐지 반대는 일부 학부모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는 신입생들에게 ‘국제과 폐지 논의’를 숨긴 것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교감은 “국제과 폐지가 다년 간의 검토 후에 내린 결정이라면, 신입생 설명회 때 국제과 폐지 논의를 숨긴 것은 사실이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숨겼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폐지 고민 여부를 신입생 설명회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오겠냐”고 답했다.

이어진 “기존 재학생의 진학 결과를 신입생들이 책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학교와 재단은 신입생이 졸업하는 시점까지 현 프로그램을 변동 없이 지원할 것이다. 학교도 고심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의 국제과 폐지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결여는 한 교감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설문 조사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국제과 학부모는 “북일고등학교는 학 학년이 11개의 일반과와 1개의 국제과로 구성되어 있다”며 “북일고 일반과 학생·학부모들은 국제과를 대학 진학 경쟁 상대로 생각해 국제과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설문 조사 자체가 여론 조작이다”고 하소연했다.

충남도교육청은 국제과 폐지 논란과 관련해 “폐과 신청서가 교육청에 접수되어 있으나, 아직 청의 입장은 없다. 어디서 (국제과 폐지를) 결정해야 할지 교육부에 의뢰한 상태”라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한편, 북일고 국제과는 21세기 글로벌 리더 육성을 목표로 2010년 설립 돼 매년 30명씩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고, 경쟁 학교인 외대부고 국제과 보다 높은 진학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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