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칼럼니스트
이홍기 칼럼니스트

세상 살다보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이한 나라를 경험하게 된다.

집권당이 정부권력의 상징인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는 조국(曹國) 수호와 검찰개혁인데, 조국 수호는 대통령 권한이니까 청와대 앞에서, 검찰개혁은 조국만이 할 수 있으니까 조국의 사무실 앞에서 소리질러야 마땅한 일이다.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여당은 고작 5~6만 명의 집회인원을 200만 명 이상이라고 뻥튀기 하면서, 봐라! 이것이 국민의 함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 뜻은 이미 조국 가족을 수사할 때 결정되었다.

보수야당이 개천절 날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할 때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자, 여당은 당황해서 민주당의 대변인이 “집회가 본질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치사한 괴변이다.

또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야당 국회의원이 있어야 할 곳은 수해지역이지 광화문이 아니라고 하였다. 사돈이 남의 말 하고 있다. 왜 여당 의원은 수해지역에 안 가고 서초동에 가 있는가? 또 야당이 전국에서 사람을 동원하였다고 하는데, 사람 동원하는데 여당이 유리한가? 야당이 유리한가? 사람 동원하고 집회하는 것은 민주당의 주특기 아닌가?

민주당이 조국한테 이렇게 목을 매는 것은 조국을 계속 지키는 것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정치공학적인 면에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착각은 자유다. 대통령과 여당은 중도층을 우습게 보았다.

자신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공깃돌이 어디 가겠느냐고 쉽게 생각한 것이다. 중도층은 그간 정치적인 격변기를 거치면서 사안에 대한 분별력이 높아졌다. 보수든 진보든 진영싸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중도층이 이번에 광화문으로 나온 것이다.

잘못된 생각은 빨리 고칠수록 좋다.

기아 야구단이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하니까 김기태 감독이 물러나고 이강철 감독이 취임하여 성적을 끌어올렸다. 기자들이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까 감독의 생각이 틀렸다고 판단될 때 빨리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민주당이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해야 된다고 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오판이다. 지금이라도 속히 바꾸는 게 상책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안철수 후보의 소름 예언을 들어보자.

"만약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이 반으로 나누어져 5년 내내 사생결단하고 싸울 것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될 것입니다. 계파세력은 말 잘 듣고 줄 잘서는 사람만 쓰게 됩니다.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적폐로 몰고 싸울 것입니다"라고 예상하였다.

귀신같이 알아맞췄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검찰수사를 인권침해라고 한다. 그들은 장장 2년에 걸쳐 4명이 자살하고 120여 명이 기소되고 수년 전 일도 탈탈 털어서 강제수사를 해도 아무도 과잉수사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그것이 정의의 실현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국에 대한 수사를 인권 침해라고 매도하니 비릿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총만 안 들었다 뿐이지 내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참아내기 힘들고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나라,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기이한 나라가 되었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완구 전 총리에게 총리직을 내려놓고 검찰조사에 응하라고 압박했던 장본인이 당시 조국 교수였다. 조 장관이 진정으로 학자적인 양심과 소신 있는 공직자라면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사태를 수습하는 지름길이다. 문 대통령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조 장관을 단호하게 사퇴시켜 법정에서 진실을 가려야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국민의 더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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