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9 개각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지명한 후 대한민국은 두 달 가까이 조국 블랙홀에 빠져 ‘조국 퇴진’ vs ‘조국 수호’로 나누어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나라의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데, 생산적인 일에 국력을 소진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로 국력을 소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안타깝다.

언론에 보도된 조 장관의 여러 의혹들 중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나 웅동학원 비리 의혹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모펀드 의혹 등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을 기대하고, 이미 확실하게 드러난 단국대 의과대학 장 모 교수의 SCI급 의학 논문에 당시 한영외고 2학년이던 조 장관의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만 가지고 한 번 들여다보자.

첫째,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SCI급 의학 논문에 제1자로 이름을 올렸다면, 조 장관의 딸은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타고난 100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의학 영재라는 생각이 든다. 조 장관 딸이 고등학교 2학년 당시 SCI급 의학 논문에 제1자로 이름을 올릴 능력을 갖추었다면, 장 모 교수는 학계에 조 장관 딸의 천부적인 의학적 자질을 자랑했을 것이고, 자식의 그런 훌륭한 자질을 확인한 조 장관 역시 주변에 자랑삼아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국대 장 교수나 조 장관이 조 장관 딸의 천부적인 의학적 자질을 주변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둘째, 단국대 장 모 교수와 조 장관은 조 장관 딸이 SCI급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영어로 논문을 작성했다, 영어 번역을 잘 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명한 바 있다. 과연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고, 영어 번역을 잘해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SCI급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외국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외국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30년 넘게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의 말에 의하면 30년 넘게 외국에서 살아도 일상생활이나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고 이해할 수 있으나, 전공이 다른 분야를 깊숙이 들어가면 전문어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은 바 있다.

따라서 조 장관 딸이 일상생활에서 프리 토킹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 수준을 갖추었더라도 의학 논문 번역은 전문어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의학 수업을 듣지도 않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다른 분야도 아닌 전문어가 즐비한 의학 분야의 SCI급 논문을 2주 만에 번역하여 제1저자로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번역 실력을 갖추었다면, 영어 번역 능력은 물론 천부적으로 의학적인 사고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는 조 장관 딸에게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노벨의학상 수상을 위해서라도 인재 양성의 차원에서 나라의 돈이라도 지원해주어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셋째, 고등학교 2학년 당시 SCI급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조 장관 딸은 집이 서울인데도 불구하고, 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는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 만에 전문어가 대부분인 SCI급 의학 논문을 영어로 작성하고 번역을 잘해서 제1저자로 참여했다면, 조 장관 딸은 소위 말하는 SKY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도 어렵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또한 고등학교 2학년 당시 SCI급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조 장관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2년이나 유급을 당한 사실을 우리 같은 평범한 소시민은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까?

위에서 거론된 세 가지 내용만 가지고도 진영 논리와 법적 책임 유무를 떠나 일반적 상식에 근거해서도 조 장관의 자진 사퇴 요건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 동안 임명도 되기 전에 자진 사퇴한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낙마 이유는 조 장관의 의혹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조 장관은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최고 학부의 교수를 역임한 사람이다.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하고 법무부장관까지 올랐다. 조 장관이 위에 언급한 자신의 딸이 SCI급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일반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하지 못한다면, 조 장관은 즉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더구나 先生(선생)은 자신의 실력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학생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조 장관의 직속 제자들인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이 왜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지도 본인 스스로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헌정사 최초로 현직 법무부장관 자택이 압수수색 당한 것도 모자라 장관이 기소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지 않도록 조 장관 스스로 結者解之(결자해지)해야만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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