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전국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을 비판하는 교수 시국선언을 필두로 소위 말하는 SKY 대학의 촛불집회와 헌정사 최초의 제1야당 대표 삭발이 진행된 가운데, 충청권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무산 위기로 이목이 집중됐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촉발된 행정수도는 이후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제정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200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로 축소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행복도시로 축소된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과학비지니스도시로의 행복도시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현 충남지사)과 선병렬 전 의원 등은 행복도시 사수를 위해 보름이 넘는 단식을 강행하는 등 충청권은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행복도시를 지켜냈다.

그런데 지난 17일 청와대가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충청권은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고,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한겨레신문 보도를 부인했으나, 자유한국당 대전시당과 세종시당은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당 대전시당은 “세종을 비롯한 충청지역 선거에서 또다시 재미 보려고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세종 집무실이라”면서 “지역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다며 온갖 코스프레를 하더니 이제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모양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충청권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서로를 비난하고 나서는 모양새가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씁쓸하다. 특히, 행복도시의 원조정당을 자부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크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충청 출신일 뿐만 아니라 다선 의원도 즐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아직까지도 “논의 중인 사안”이라는 해명을 내놓을 동안 袖手傍觀(수수방관) 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위한 의지가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렀으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의 모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충청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청와대의 확실한 세종집무실 설치에 대한 의지 표명을 확약 받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경기·인천 다음으로 충청지역에서 가장 많은 5%p가 빠졌으며, 부정평가는 56%를 기록해 대구·경북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충청지역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p나 빠지고, 부정평가가 대구·경북 다음으로 높은 56%를 기록한 것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무산 논란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충청인은 자신의 속내를 서서히 드러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이 무산될 경우 충청인의 특성에 비추어볼 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충청인들의 반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무산이 현실화 될 경우 충청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 충청의 여야 정치인들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공약 이후 우여곡절 끝에 사수한 행복도시 완성을 위하여 초당적인 협력과 물 샐 틈 없는 공조를 통해 조속히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것만이 충청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첩경임을 충청의 여야 정치인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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