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한 달 동안이나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열린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충청 출신의 유일한 청문위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초선, 논산·계룡·금산) 의원의 지방대 비하 발언이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오전 인사청문회 도중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봉사활동 경위를 설명하면서 “고려대 학생이 유학을 가든지 대학원을 가든지 솔직히 얘기해서 동양대 표창장이 뭐가 필요하겠느냐”는 주장을 펼치며 지방대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방대 비하 발언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오후에 계속된 인사청문회에서 “오전 동양대 관련 질문에 몇몇 분이 오해하고 어떤 한국당 의원은 왜곡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고대생이 동양대 표창이 왜 필요하냐는 이야기는 대학원이나 유학을 갈 때 대학급 표창이 의미가 있냐는 것이라”면서 “제가 지방에 살고 있고 저희 아이가 지방에 있는 시골 학교에 다닌다”며 “논산 건양대, 금산 중부대에 가면 제가 지방대 좋다고 자랑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해명이 지방대 재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쉽게 풀어줄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고 지난 2010년 민선 5기 안희정 충남지사의 당선과 함께 초대 충남도 정무부지사까지 역임한 김 의원의 우월의식이 무의식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것 같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김 의원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 의원은 이번 조 후보자 사태와 맞물려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 대해서 “이분이 교육학박사라는데 누구에게 제보 받은 것에 따르면 명예박사라”면서 “교육학 박사라고 돼 있는 게 오히려 위조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분의 말에 너무 무게를 두고 공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최 총장이 교육학박사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10분여 만에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을 향해 “제대로 확인 좀 하고 발언하라”며 큰소리치던 김 의원의 모습이 낯 뜨거울 지경이었다.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 김 의원은 지역민도 대표하고 있다. 충청인들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지역 출신의 유일한 청문위원인 김 의원이 국민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활약을 펼쳐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한 지역 출신 청문위원인 김 의원이 지방대 비하 발언은 물론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로 조 후보자를 방어하기 위해 최 총장에 대해 교육학박사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에서는 연민의 情(정)마저 느껴졌다.

김 의원이 집권여당의 의원으로서 조 후보자를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진영 논리나 법적 유·무죄 여부를 떠나서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조 후보자의 여러 가지 의혹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태도는 국민의 대표로서나 지역민의 대표로서도 적합하지 않은 모습이다. 최소한 김 의원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조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태도를 취했다면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청문위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의원이 이번 일로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열렬한 환호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도성향을 띄고 있는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김 의원의 이번 태도에 대해 청문위원으로서 부적절했다고 보는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김 의원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출신의 다른 의원들도 늘 지역을 대표한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몇몇 의원들처럼 섣부른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면서 지역을 욕먹이지 않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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