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리 보는 총선-인물 탐구 21 – 충청남도 보령시·서천군

21대 총선을 225일 앞두고 충남 보령·서천의 국회의원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2명으로 알려졌다. 친박과 친문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보령·서천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과 공무원 신분으로 아직 당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더불어민주당 입당 후 출마가 점쳐지는 나소열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의 리턴매치가 확정적이다. 보령·서천은 소선거구제가 실시된 지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단 한 차례도 진보진영의 후보를 배출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물결이 대부분의 충남 지역을 강타한 상황에서도 보령시와 서천군은 자유한국당이 단체장을 守成(수성)하며 그야말로 ‘보수의 성지’로서 입지를 다시 한 번 굳혔다.

자유한국당은 연일 터져 나오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며 문재인 정부의 무능 외교와 내로남불적 행태를 비판하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조 후보자에 대한 촛불집회 등과 맞물려 지난 24일과 31일 장외투쟁에 수많은 인파를 동원하는데 성공한 자유한국당은 2일 있었던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와 국민을 능멸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조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의 사상 최대의 참배를 내년 21대 총선에서 설욕하겠다는 전의를 불사르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연이어 터지는 소속 의원들의 막말 논란과 ‘2019 한국당 우먼페스타’에서 있었던 여성 당원들의 이른바 ‘엉덩이 춤’ 논란 그리고 당 사무총장 및 예결위원장 등에 친박계 의원들을 임명함으로써 친박정당 회귀라는 비판을 불식시켜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으며, 김재원 예결위원장의 추경안 음주 심사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간의 엇박자 등이 지지율 상승을 둔화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도 시급하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조 후보자의 의혹을 다가오는 추석 연휴까지 끌어가면서 국민들에게 대안정당과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각인시키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한미일 공조 약화와 이를 통해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안보 불안과 좌파 표퓰리즘 정책 등을 집중 부각시켜 추석 밥상 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여러 의혹으로 進退兩難(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조 후보자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확산되면서 주요 지지지반인 20~30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어 청년층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특히, 2일 있었던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마저 “기자간담회가 국회 청문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 기류가 감지되는 등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또한 경기악화로 집권 3년차 징크스에 빠진 가운데,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일 일본 아베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28일 조치가 시행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 국면에 처하게 됐다. 일본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에 맞서 청와대가 지난달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자 보수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미일 공조가 와해됐다는 비판을 퍼붓고 있으며, 국익을 위한 외교가 아닌 감정만 앞세운 무능 외교라고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직되고 있는 것 역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6월 30일 극적으로 이루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에 의한 순풍에 기대어 남북교류협력 강화 등으로 남북화해분위기 조성을 달성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조짐이 감지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대내외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통한 선제적 공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중도정당을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은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 내홍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둘러싼 갈등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 손 대표가 당 운영방안과 총선계획 등이 담긴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고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비당권파에서는 아직까지 손 대표의 제안에 화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당권파에서는 손 대표의 ‘손학규 선언’을 당 대표직 유지를 위한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하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지난 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21대 총선에서 100석까지 가능하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조국 블랙홀에 따른 보수대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면서 손 대표의 100석 장담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 맹주를 자처하던 민주평화당은 지난달 16일 소속 의원 10명이 탈당을 강행하면서 당은 소속 의원 5명만 남은 초미니정당으로 쪼그라들면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10명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성엽 대표의 주재로 제1차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대안신당 추진 체제를 갖출 것을 천명한 이후 조직 체계 구성과 인선을 통한 신당 출범을 공식화했으며, 3일에도 제5차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제3지대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서 해고되면서 공조 파기 직전까지 이르렀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 상정을 진두지휘한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범여권 공조가 복원되었다. 하지만 조국 發 블랙홀에 빠진 정국에서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의당이 단순 반대 입장 표명만이 아닌 주요 지지층인 20~30대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복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변수는 다음의 8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합구된 이후 지속된 소지역주의가 재현될지, 둘째는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지, 셋째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지속될지, 넷째는 양승조 충남지사의 도정 운영에 대한 호평이 계속될지, 다섯째는 정전 66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회동을 가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논의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여섯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21대 총선까지 지난 5.9 대선 당시 받았던 41.08%(충남 보령 33.13%, 서천 36.2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할지, 일곱째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심력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갈수록 가속화될지, 여덟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고위공직자 임명 7대 배제 원칙이 계속 지켜지지 않을 경우의 민심 이반이 거세어질지 등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3선 중진 도약을 꿈꾸는 김태흠 의원이 분주히 표밭을 갈고 있다. 민선 4기 충남도 초대 정무부지사와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그리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을 역임한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소지역주의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 나소열 후보를 5.97%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바 있어 이번에 펼쳐질 리턴매치에서도 守成(수성)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내년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충남 선거를 진두지휘할 충남도당위원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김 의원은 강성 친박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차세대 충청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신분이라 아직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무소속 나소열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는 공직 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 입당이 확실시되고 있다. 보수색이 짙은 서천군에서 진보진영 최초의 3선 군수를 역임하며 객토에 성공한 나 부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초대 자치분권비서관을 역임하면서 정치적 볼륨을 키웠다. 특히, 나 부지사는 지난 2015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충남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원외임에도 불구하고 현역인 박수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는 저력을 발휘하며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인 바 있다. 보령시 인구 1/2에 해당하는 서천군 출신으로 소지역주의를 극복할 과제를 안고 있는 나 부지사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입성에는 실패했으나, 도의원 4석을 전부 차지한 여세를 몰아 지난 20대 총선의 패배를 설욕하고, 반드시 여의도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공무원 신분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렵다”면서 “3선 군수 출신으로서 충분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많은 부분을 경험했으며,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으로 국정 경험을 쌓으면서 탄탄한 중앙 인맥도 많이 확보했다”며 “기초자치 및 중앙정치 뿐만 아니라 도정에 참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 우리 고향 보령·서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며 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대안정치연대와 정의당에서는 특별한 후보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