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대덕구 송촌동을 비롯한 8개 동에서 ‘동 자치지원관’을 운영하면서 爲人設官(위인설관)의 전형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는 4,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동 자치지원관’이 동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면서 주민자치 정착을 위한 역할을 통해 행정기관과 주민 간 소통·동 단위 네트워크 구성·주민자치 역량 강화·주민자치회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으나, 야권과 지역 언론에서는 ‘동 자치지원관’이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의 업무 차별성이 불분명하고, 구의원과의 업무가 중복되며,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도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운영되고 있는 ‘동 자치지원관’은 법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된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했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명쾌한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혈세로 ‘동 자치지원관’에게 4,000만원이라는 높은 수준의 연봉을 책정해놓고 말이다.

2019년 기준으로 9급 공무원의 초임 연봉은 대략 2,200만원 수준이다.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사람들은 일명 ‘공시’라고 불리는 공무원시험에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직업공무원으로 임명된 사람들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9급 공무원에 임명된 사람들이 받는 초임 연봉도 대략 2,200만원 수준인데, 법적 근거도 없고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된 ‘동 자치지원관’이 받는 4,000만원의 연봉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특히, ‘동 자치지원관’과 업무가 중복되는 기초의원의 경우에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끊임없이 자질 시비를 겪고 있지만, 최소한 주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임명직 공무원으로서의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고 있다. 하지만 ‘동 자치지원관’은 그 어떤 정당성도 확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爲人設官(위인설관)이라고 지적했듯이 허태정 시장의 자기사람 심기이자 특정 세력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2017년 하반기부터 서울에서 시행된 ‘동 자치지원관’은 박원순 시장의 측근그룹인 시민단체 챙기기라는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 그런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동 자치지원관’을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없이 다른 시·도는 받아들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대전시가 앞장서 벤치마킹한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전시의 고위공무원을 지내고 정년퇴직한 한 인사는 대전시가 운영하는 ‘동 자치지원관’에 대해 “동 자치지원관은 허태정 시장의 전형적인 자기사람 심기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 후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의 업무량이 과도한 부분을 감안해 직급을 6급으로 상향조정한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동 자치지원관의 연봉만으로도 대전시 대부분의 동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어 대전시정이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고견을 내놓았다.

허 시장이 ‘동 자치지원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전직 대전시 고위공무원의 말처럼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연봉을 받는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대전시정에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 明若觀火(명약관화)하다.

허 시장은 제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는 행정을 멈추고, ‘동 자치지원관’ 운영에 대한 사항을 재고해 보기 바란다. 허 시장이 민선 7기 시정 구호인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를 임기를 마칠 때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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