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15년 동안 사용해온 대전의 브랜드 슬로건 ‘잇츠 대전(It’s Daejeon)’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전시가 지난 6일 시 출범 70주년과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이하여 지역 정체성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시민 공모를 통해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잇츠 대전(It’s Daejeon)’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과연 아베 發 경제 위기로 온 나라가 심란한 상황에서 15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해온 브랜드 슬로건을 교체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시 출범 70주년과 광역시 승격 30주년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이번 브랜드 슬로건 교체 발표는 졸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해 7월 1일 민선 7기 대전시장에 취임한 허태정 시장은 브랜드 슬로건 교체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을 보인 것 같지도 않다. 허 시장이 시 출범 70주년과 광역시 승격 30주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준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취임 직후부터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준비를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을 뿐만 아니라 대전의 역사성과 정체성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과 교감을 이어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시 출범 70주년과 광역시 승격 30주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허 시장이 새로운 대전을 향한 힘찬 출발의 방편으로 브랜드 슬로건 교체에 나섰다고 많은 시민들이 인정하고 지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발표 전까지 허 시장이 브랜드 슬로건 교체를 위해 시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았다거나, 각계 전문가들과 교감을 이어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올해도 벌써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뜬금없이 브랜드 슬로건을 교체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당장 브랜드 슬로건 교체와 관련하여 대전시가 4천만원의 예산을 세웠다고 하는데, 대전시 예산 중 4천만원이 그렇게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시민 혈세가 새나가는 것 같아 기분이 개운치만은 않다. 또한 공모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이 확정되었을 경우 15년 동안 사용해온 ‘잇츠 대전(It’s Daejeon)’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의 홍보를 위해 지불해야 할 추가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번 브랜드 슬로건 교체 문제는 그냥 쉽게 넘어갈 사안은 아닌 것 같다.

허 시장은 취임 1년 동안 불통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19일에 있었던 민선 7기 1년 성과 기자브리핑에서도 허 시장은 소통 부족을 취임 1년 동안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허 시장 자신조차 소통 부족을 취임 1년 동안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면, 취임 2년차부터는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여주어야 할 텐데 이번 브랜드 슬로건 교체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 도시의 브랜드 슬로건 교체는 몇 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시민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지지도 담보되지 않은 브랜드 슬로건 교체는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다. 대전의 미래를 좌우할 브랜드 슬로건 교체는 시의 일방적인 발표가 아닌 시민의 의견 수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허 시장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시민 의견을 먼저 수렴하기 바란다. 허 시장의 민선 7기가 불통 행정의 연속이었다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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