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내각이 지난 2일 각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지난달 26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받으며, 직위상실형에 처해진 구본영 천안시장에 대한 여·야의 볼썽사나운 사퇴 공방이 천안시민들과 충남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구 시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달 26일 ‘구본영 천안시장, 시장직 사퇴가 속죄의 길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조기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구 시장의 사퇴 공방은 지난달 29일 한국당 소속 천안시의원 일동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구 시장의 즉각 사퇴와 민주당의 석고대죄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자유한국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 멈추고 천안시민을 먼저 생각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고, 한국당의 주장에 구 시장을 적극 엄호하며 박찬우 전 의원을 예로 들면서 정치적 공세로 치부했다. 또한 지난 1일에는 천안아산경실련까지 ‘구본영 천안시장은 즉각 사퇴하고, 재·보궐 선거비용을 구본영 시장과 소속 정당이 부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구 시장의 사퇴 공방에 가세했다.

천안아산경실련까지 구 시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자 민주당 충남도당은 ‘경실련의 천안시장 사퇴요구, 공정성에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고, 경실련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인구 67만명의 충남 수부도시 천안시의 수장이 직위상실형에 처해진 것은 여·야를 떠나 천안시민과 충남도민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렀으면 한국당은 “구 시장의 직위상실형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공무원들은 천안시정이 흔들림 없도록 자신의 맡은 바 일에 더욱 매진해 달라”는 정도의 성명서를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민주당도 한국당에 대한 정치 공세를 운운할 필요 없이 “구 시장의 직위상실형 선고에 대해 시민들께 죄송한 마음이며, 천안시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정도의 논평이 적정하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는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정처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 후 보석으로 풀려난 구 시장을 경선도 거치지 않은 채 전략공천을 통해 후보로 낙점한 바 있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단적인 예로 구 시장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전종한 천안시의회 의장이 공정한 경선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인 것만 보더라도 당내에서조차 구 시장에 대한 전략공천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구 시장의 전략공천을 주도한 사람들의 책임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형법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상 구 시장이 대법원에 상고를 통해 자신의 법적 권리를 최대한 행사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구 시장은 인구 67만명의 충남 수부도시인 천안시의 수장으로서 항소심 선고에서까지 직위상실형에 해당되는 형을 선고받았으면, 먼저 천안시민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표명했어야 한다. 구 시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태안군수에 당선됐던 김세호 군수가 낙선을 위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군민들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던 점을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또한 민주당 충남도당과 한국당 충남도당은 나라가 累卵(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 현 상황에서 상대방을 깎아 내리기에 급급해하지만 말고 자신들이 충남도정이나 천안시정을 도와줄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우리 도민들이 모범을 보여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논평이나 성명을 발표해야 옳지 않을까?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은 그들만의 상대방 깎아내리기 리그인 논평과 성명에 시름만 더해질 뿐임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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