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리 보는 총선-인물 탐구 15 – 충청남도 아산시 갑

21대 총선을 267일 앞두고 충남 아산갑의 국회의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2명 정도로 알려졌다. 충남 아산갑은 소선거구제가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아산 최초로 내리 3선의 위업을 달성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과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돌풍에 힘입어 17대 총선에서 만 36세에 여의도에 입성했으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된 지 채 1년도 못돼 당선무효 선고를 받은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리턴매치로 기대를 모으는 지역이며,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확실한 후보가 형성돼 있어 당내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상정된 선거제도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분구가 됐던 충남 아산갑과 아산을이 다시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질 확률이 높아 더불어민주당은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아산을 강훈식 국회의원의 공천 경쟁이 충남 전역에서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패배를 경험한 보수진영은 지난 4.3 경남지역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나름대로의 선방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으나, 연이어 터지는 소속 의원들의 막말과 ‘2019 한국당 우먼페스타’에서 있었던 여성 당원들의 이른바 ‘엉덩이 춤’ 논란 그리고 당 사무총장 및 예결위원장 등에 친박계 의원들을 임명함으로써 친박정당 회귀라는 비판이 불거지며 지지율 상승을 둔화시키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2.27 전당대회 이전인 26.8%와 별반 차이가 없는 20% 후반대를 기록하면서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1 對 1 단독 영수회담을 고집하던 황교안 대표가 아베 發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 18일 열린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 전격 참여했으나, 보수진영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되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도 괜히 회동에 응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흘러나오는 있다.

경기악화로 집권 3년차 징크스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문재인 정부 1기부터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함께한 김수현 정책실장을 8개월 만에 전격 경질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그 자리에 앉히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최근 일본 아베 수상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리지스트·에칭가스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천명하면서 경제난 타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아베 發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SNS에 동학농민운동 당시의 ‘죽창가’ 등을 올리며 반일 감정을 자극하면서 친일 vs 반일 구도의 프레임을 나누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도 변수다.

또한 그 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던 친문진영의 핵심인 양정철 전 대통령 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21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양 원장의 튀는 행보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당 내외에서 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아베 發 경제 위기를 잠재우면서 지난달 30일 극적으로 이루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계속 이어주는 북미 간의 순풍을 내년 21대 총선까지 지속시키는 것이 선결 과제다.

중도정당을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점점 더 파국 속으로 치닫고 있다. 연이은 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교체론을 둘러싼 내홍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1일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혁신위도 당권파 vs 퇴진파로 나뉘어 泥田鬪狗(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임재훈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바른정당계 유승민 의원 등 손 대표 퇴진파가 ‘손 대표 퇴진’ 안건 상정을 혁신위원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하면서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舌戰(설전)이 지속되어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는 유 의원을 상대로 진상조사에 돌입했고, 11일째 단식 중이던 권성주 혁신위원은 ‘혁신안 최고위 상정’을 요구하며 회의장 밖을 나서려던 손 대표를 막아섰으나, 당권파 일행에게 밀려 쓰러지면서 결국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져 당 내홍의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평화당 역시 당권파 vs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 연대’ 사이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내 제3지대 구축을 목표로 하는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 연대’의 유성엽 원내대표와 최경환 최고위원은 정동영 대표 주재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계속 당무를 거부하고 있으며, 自强(자강)을 주장하는 당권파는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 연대’ 세력에 대해 “계속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징계 사유라”고 경고하며 이들의 배후로 지목된 박지원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의당의 경우는 지난 13일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심상정(3선, 경기 고양갑) 의원이 “더 이상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라”는 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운 후 “단일화 없이 정의당 이름으로 지역구 당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해 정치개혁특별위원장 교체 이후의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 상정을 진두지휘한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당분간 공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에서 충남 아산갑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변수는 다음의 8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선거제도 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선거구가 다시 합쳐질지, 둘째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고액 강연료 논란으로 불거진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아산시장 재직시절 의혹 제기가 시민들의 표심을 흔들지, 셋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2심 형량을 유지할지, 넷째는 개각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충청 출신 입각으로 충청홀대론이 해소될지, 다섯째는 정전 66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회동을 가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논의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여섯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21대 총선까지 지난 5.9 대선 당시 받았던 41.08%(충남 아산 42.45%)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할지, 일곱째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심력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갈수록 가속화될지, 여덟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고위공직자 임명 7대 배제 원칙이 계속 지켜지지 않을 경우의 민심 이반이 거세어질지 등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아산 최초의 내리 3선을 달성했던 이명수 의원이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정통행정관료 출신으로 ‘영원한 충남지사 1순위’ 후보로 손꼽히는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당선 이후 당내 대표적인 정책통답게 국회의원 300명 중 8년 연속 법안 발의 1위라는 성실한 의정활동이 돋보인다. 3선 중진으로 장관급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하고, 황교안 대표에 취임 이후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 2004년 탄핵 돌풍에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일격을 맞은 바 있어 복 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낙점되면 16년만의 설욕전을 벌일 기회를 갖게 된다.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충남 선거 전체를 이끌어야 할 책임도 안고 있는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의정활동이 준비라”고 운을 뗀 후 “지역 민심을 꾸준히 경청하며 지역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아산 발전을 위해 문화·관광을 포함한 새로운 차원의 그랜드디자인을 구상 중이라”며 “내면과 외면 모두 성장하는 장기비전을 세워 아산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16년만의 여의도 재입성을 위해 분주히 표밭을 일구고 있다. 지난 2008년 사면·복권된 이후 채 2년도 안 돼 치러진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지역정당인 자유선진당 바람을 뚫고 아산시장에 당선된 복 비서관은 2014년 지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여유 있게 당선되면서 재선 고지를 밟아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급을 올려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경선에 나섰으나, 양승조 지사에게 패하며 도백의 꿈이 좌절된 바 있는 복 비서관은 이후 올해 1월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임명되면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며 주말을 오가면서 바쁘게 지역구 관리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 중으로 공직 사퇴 이후 본격적인 표밭갈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복 비서관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통해 당선된 오세현 아산시장을 비롯하여 아산시 도의원 및 시의원들의 측면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과 민중당에서는 특별한 후보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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