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리 보는 총선-인물 탐구 14 – 대전광역시 유성구 갑

21대 총선을 274일 앞두고 대전 유성갑의 국회의원 후보로 자천타천 확실하게 부각되는 인물은 4명 정도로 알려졌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단독 선거구로 선거가 치러진 유성은 여섯 차례의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압승을 거둔 그야말로 ‘진보진영에는 聖地이자 보수진영에는 무덤’ 같은 지역이다. 보수진영에서는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의 녹색 돌풍에 힘입어 조영재 후보가 당선된 것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자유선진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상민 의원은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당적을 변경한 것이어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진영 후보로 볼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패배를 경험한 보수진영은 지난 4.3 경남지역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나름대로의 선방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으나, 연이어 터지는 소속 의원들의 막말과 ‘2019 한국당 우먼페스타’에서 있었던 여성 당원들의 이른바 ‘엉덩이 춤’ 논란 그리고 당 사무총장 및 예결위원장 등에 친박계 의원들을 임명함으로써 친박정당 회귀라는 비판이 불거지며 지지율 상승을 둔화시키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2.27 전당대회 이전인 26.8%와 별반 차이가 없는 20% 후반대를 기록하면서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악화로 집권 3년차 징크스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문재인 정부 1기부터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함께한 김수현 정책실장을 8개월 만에 전격 경질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그 자리에 앉히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최근 일본 아베 수상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리지스트·에칭가스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천명하면서 경제난 타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또한 그 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던 친문진영의 핵심인 양정철 전 대통령 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21대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양 원장의 튀는 행보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당 내외에서 일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아베 發 경제 위기를 잠재우면서 지난달 30일 극적으로 이루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계속 이어주는 북미 간의 순풍을 내년 21대 총선까지 지속시키는 것이 과제다.

중도정당을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은 그야말로 漸入佳境(점입가경)이다. 연이은 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교체론을 둘러싼 내홍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지원하는 정병국 혁신위원장 카드를 뿌리친 손학규 대표가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혔으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손학규 대표 퇴진을 포함한 지도부 교체 방안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지난 11일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며 혁신위도 당권파 vs 퇴진파로 나뉘어 泥田鬪狗(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또한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손학규 대표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까지 분열이 확대된 상태에서 우리가 지지율을 높인다고 하는 게 과연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가”라며 답변을 유보해 퇴진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당 내홍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의당의 경우 지난 13일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심상정(3선, 경기 고양갑) 의원이 “더 이상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라”는 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운 후 “단일화 없이 정의당 이름으로 지역구 당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해 정치개혁특별위원장 교체 이후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조를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변수는 다음의 10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자유한국당이 박성효 전 대전시장을 출격시킬지, 둘째는 호남 출신 구청장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지속될지, 셋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2심 형량을 유지할지, 넷째는 허태정 대전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계속될지, 다섯째는 개각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충청 출신 입각으로 충청홀대론이 해소될지, 여섯째는 정전 66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회동을 가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논의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일곱째는 보수진영 對 진보진영이 1 對 1 구도를 형성할지, 여덟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21대 총선까지 지난 5.9 대선 당시 받았던 41.08%(대전 유성 47.51%)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할지, 아홉째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심력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갈수록 가속화될지, 열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고위공직자 임명 7대 배제 원칙이 계속 지켜지지 않을 경우의 민심 이반이 거세어질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승래 의원이 재선을 향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을 뚫고 여의도에 입성한 조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지난해 8월에는 시당위원장까지 맡으면서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다.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主君(주군)으로 모셨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대법원 판결 결과와 대학 시절부터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허태정 대전시장이 시정 평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조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역 현안을 꾸준히 살피며 현안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지역 청년·학생들과도 꾸준히 호흡하며 청년세대의 목소리도 듣고 있다”며 “유성이 가진 다양한 강점을 살려 더 나은 유성을 만들겠다”고 재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박성효 전 대전시장의 이름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유성갑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후 당원협의회 관리에 힘써 온 박 전 시장은 실제 본인이 선수로 뛸지 아니면 다음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선거 지원에만 나설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자유한국당 중앙당에서도 대전시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박 전 시장이 대전 선거판 전체를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전 선거판 전체를 위해 직접 선수로 출마시키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대전 7개 선거구 전체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 유리할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도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선 유성구청장 출신으로 대전시의원을 역임한 진 전 청장은 현재 청정유성역동센터 이사장을 맡아 지역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진 전 청장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네 차례의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게 최소 10%p, 최대 24%p 격차로 패한 바 있어 민심의 심판은 이미 끝났다는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진 전 청장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유성구민은 현 행정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후 “이는 지역 의원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유성구청장 재임 시 강한 추진력과 실천력으로 지역 현안을 앞장서 해결했다”며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겠다. 반드시 당선 돼 더 나은 유성을 만들겠다”고 강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심소명 유성갑 지역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유성구청장에 출마하여 당 지지율보다 두 배 가까운 14.16%를 득표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심 위원장은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내년 21대 총선에서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속되는 당 내홍이 심 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충남소비자연맹 부회장과 한밭대 겸임교수 그리고 유성구 자치행정국장을 역임한 심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성온천도 쇠락하고 있고 유성 5일장도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지역 내 각종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언제나 구민 곁에서 구민과 함께하는 생활정치를 구현하겠다. 구민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미래가 있는 유성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그리고 민중당에서는 특별한 후보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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