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 나경원 대표, 오신환 대표의 자진사퇴요구에도 불응하고

문희봉(시인·평론가)
문희봉(시인·평론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를 추궁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몇 달 뒤 고발될 사람(양정철)을 왜 만났느냐?”는 질문에 윤 후보자는 “몇 달 뒤에 고발될 것을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기사화 했다.

이런 기사로 청문회 초반에는 김진태 의원이 몰리는 듯한 분위기로 보며 희희낙락해 하는 무리들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필자는 김진태 의원의 집요함을 잘 안다. 그리고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을 사람이란 것도 잘 안다.

그렇다면 김진태 의원이 말하는 양정철은 누구인가? 그는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 합류해 노 후보의 당선을 도왔고 문재인과 함께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에서 각각 홍보기획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서 근무하면서 문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그런 그를 윤석열 후보가 만났던 것이다.

김진태 의원 말에 의하면 ‘양 원장은 윤 후보자와 만났다는 그 시점에도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 했다. 이런 인물이라면 중앙지검장 직책을 가지고 있는 윤석열 검사장이 (양 원장이 왜 한국당의 표적이 되고 있는지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달 뒤에 고발 당할 인물인지를 몰랐다고 발뺌한 것이다. 그 말대로 몰랐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그는 검찰 총수의 자리를 맡을 자격이 미달 되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는 국민이 우롱당한 거짓말 잔치였다. 청문회를 모욕하고 국민을 속인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를 겨냥해 한 말이다. <뉴스타파>가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산회 직전 보도한 녹음 파일 보도에 따른 여파다.

이 보도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지난 2012년 12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이남석 변호사를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는 윤 후보자의 위증 및 변호사법 위반 논란을 야기했다. 윤 후보자가 당일(8일) 오전 청문회 때만 하더라도 관련 질의에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변호사법 37조는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후보자는 보도 후 야당 법사위원들의 맹공에 자신은 변호사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고, 해당 변호사가 실제로 선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9일)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바른미래당도 같은 입장이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문회 자리에서 위증한 검찰총장은 존재할 수 없다. 윤 후보자가 버티면 버틸수록 논란은 더 증폭되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며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제 윤 후보자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사건에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고 종일 진술했으나, 청문회 막판 인터뷰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말을 바꿨다."면서 "변호사를 소개는 했지만 선임된 것은 아니라고 어이없는 변명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문제는 차치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장에서 온 종일 거짓말을 한 사실은 도덕성 차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나아가 현직 검사가 형사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37조를 위반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인사청문회법 제6조 등에 따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15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는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인 전날 자정까지 송부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 뒤 20일 이내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며, 국회가 시한까지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일부 야당은 재송부 요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입장 요구에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에게 여러 가지 것들이 제시됐고 거기에 대한 답변도 진행됐다."며 "그에 대한 국민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 송부를 요청했다. 오는 15일까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가 송부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윤 후보자를 포함해 16명이다. 현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없이 대통령 임명으로 자리에 오른 16명 중 대표적인 인사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공정거래위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장관 등이 있다.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적임자라 항변하며 보고서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청문회의 기능이 뭔가? 하자가 있는 사람을 기어코 그 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처사다. 거짓말쟁이가 검찰총장이 된다면 이건 대한민국 법질서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도달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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