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위탁기관에 사실상 전권 위임
다양한 우려에도 "모든 현장 살필 수 없어... 위탁업체 양심 믿는다"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유물·유적 발굴이 문화재청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대전 유성구 봉산동 공동주택 신축부지 내 설치된 문화재 발굴조사 표지판 / © 뉴스티앤티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유물·유적 발굴이 문화재청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위탁기관에 대부분의 권한을 넘겨 문화재청의 현장 관리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유물 훼손 우려와 위탁기관과 건설사 간 유착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0일 대전시와 유성구 등에 따르면, 최근 유성구 봉산동 공동주택 신축부지에서 고려·조선시대 유물이 출토 돼 A 업체가 시굴·발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문화재청의 현장 관리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은 유물 발굴, 유물 보관, 현장 보안 등 모든 권한을 A 업체에게 부여했다. A 업체의 자발적인 보고만이 유일한 현장 확인 방법이다.

상시 보고가 의무사항이 아닌 점도 우려를 더욱 키운다. A 업체는 '특이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만 문화재청에 해당 내용을 보고한다. 그러나 특이사항 판단 주체는 A 업체다. 보고 내용과 횟수가 위탁업체의 양심에 달린 셈이다.

위탁업체의 현장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뉴스티앤티와 통화에서 "현장 보안태세를 24시간 유지할 수는 없다. 근무 시간(오전 8시~오후 6시)이 현장 관리 시간"이라고 밝혔다.

'근무 시간 외 불법 출입으로 인한 도굴 우려'에는 "현실적으로 24시간 보안체계를 유지하는 곳이 얼마나 되나. 직원들에게 휴식을 주지 말라는 말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유물 관리에 대한 우려는 봉산동 현장에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학술연구 목적 이외의 유물발굴은 전부 위탁기관에 맡긴다. 관리 체계 또한 봉산동 현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0년(2009~2018년)간 문화재 도난·훼손 현황은 877건 43,523점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장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문화재청 심사를 통과한 기관에 유물 시굴·발굴 작업을 맡긴다. 업무 수행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탁업체와 건설사 간 유착 우려에는 "위탁기관이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이들의 양심을 믿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직접 확인하기에는 인력 여건상 어려움이 있다"며 "전국 수백 개 유물 발굴 현장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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