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이제 하다하다 6급 여성공무원이 근무시간에 출장계를 내고 시청 수유실에서 속눈썹 연장을 위한 불법 미용 시술을 받다 적발됐다고 하니 시민들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현재까지는 이번에 불법 미용 시술을 받은 여성공무원 한 명에 국한된 사건이지만, 근무시간 중 버젓이 시청 수유실에서 불법 미용 시술을 받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전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공무원에 대한 일벌백계는 물론 차제에 이런 유사한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기강 확립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허태정 시장은 지난 25일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이번 사안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시대에 뒤 떨어진 것이라”고 질타한 후 “이번 기회에 조직의 불미스런 내용을 찾아 정리하고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공직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내비면서 근무기강 해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민선 7기 대전시가 역대 대전시정과 달리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아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 시장은 지난 주간업무회의에서 “시장으로서 시민께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시장은 비판받는 자리이고, 책임지는 자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시정의 최고책임자인 허 시장 또한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은 무한책임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국적으로 대전시정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 보인 이번 사건에 대해 허 시장이 주간업무회의에서의 죄송하다는 입장 표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선 7기 대전시정을 이끌고 있는 허 시장에 대한 지역 언론에서의 불통 지적은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민선 7기 2년차에 접어든 허 시장이 이번 사건을 보고 받은 즉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겸허하게 대 시민 사과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허 시장 참모 중에 이런 조언을 한 사람이 없었다면, 대전시정은 정말 큰 문제다. 허 시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언론인들에게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하고, 언론인들의 질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답변했다면, 시민들도 다시 한 번 허 시장을 쳐다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허 시장 취임 이후 베이스볼 드림파크 선정이나 평촌동 LNG 발전소 건설 중단 발표 등 좌충우돌 행보를 보면, 똑같은 시기에 민선 7기 충남도정을 이끌어가는 양승조 충남지사와 사뭇 대비되는 느낌이다. 양 지사는 지난 27일 있었던 ‘민선 7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듣기 거북한 질의에도 여유 있게 답변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도정 철학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민선 7기 2년차에 접어드는 허 시장은 이제 자신만의 시정 철학을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시민들이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여성공무원의 일탈로 받아들이고,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허 시장을 믿고 따라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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