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임시정부는 (중략)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라고 발언하자 보수진영의 반발과 진보진영의 환영 속에 보수 vs 진보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진영에서는 김원봉 선생이 1948년 남북협상 때 북으로 월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에 기여했고, 우리나라의 검찰총장 겸 감사원장에 해당하는 국가검열상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해당하는 노동상 등의 고위직을 수차례 역임했으며, 특히 6.25의 공훈으로 김일성으로부터 최고급 훈장까지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대전 대덕에서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원웅 전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를 비롯한 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약산 김원봉 서훈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선생을 언급한 것과 서훈 추서는 비약이라고 해명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보수 vs 진보의 소모적 논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급기야 바른미래당 지상욱(초선, 서울 중구·성동을)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임기 내 김원봉에 건국훈장 수여 하실 겁니까?”라고 공개 질의하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자에 대하여는 서훈을 할 수 없도록 법에 명문화하는 ‘상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특별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최근 MBC 드라마 ‘이몽’에서 배우 유지태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약산 김원봉 선생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김원봉 선생에 대해서는 중학교 국사 교과서부터 의열단을 조직한 독립투사로 배웠고, 의열단원이던 김상옥 의사와 나석주 의사에게 각각 종로경찰서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 투척 의거를 일으키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배운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영원한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보다도 현상금이 더 많이 걸렸을 정도로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 인물이 바로 김원봉 선생이라는 것 역시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김원봉 선생에게 서훈 추서는 아직 시기상조다. 지난 70년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남북인데, 최근 화해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고 해서 적대국가에서 수차례 수뇌부를 역임했던 인사에게 훈장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김원봉 선생의 서훈 추서는 후대에게 맡기자. 김원봉 선생의 서훈 추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만 한다. 그것만이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지금 섣불리 김원봉 선생에게 서훈을 추서하려고 한다면, 보수 vs 진보의 사회적 갈등만 야기할 뿐 나라를 위해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김원봉 선생이 친일 악질 고등계 경찰 출신의 노덕술에게 용변을 보다 바지도 올리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가 온갖 고문과 모욕을 받고, 치욕과 수모를 견딜 수 없어 월북을 하셨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서훈 추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의 수훈으로 훈장까지 받았던 적국의 수뇌부 인사에게 서훈을 추서한다면, 지금도 휴전선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국군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릴 수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원봉 선생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1948년 월북 후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되었고, 국가검열상에 오르는 등 북한정권 수립의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김일성으로부터 6·25 공훈자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다. 그 뒤에 숙청당했다는 것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부분을 김원봉 선생에게 서훈을 추서하려고 움직이는 모든 분들이 한 번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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