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의 도를 넘은 망언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지난 달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4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 의원의 이번 발언으로 가뜩이나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의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경색 국면에 빠진 여야 4당 vs 제1야당의 갈등만 더욱 증폭되고 있다.

“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보고 손가락을 이야기 하느냐”고 언론의 보도에 불만을 가진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언 동영상 전체를 올려놓고 “악의를 가지고 왜곡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발언 전체를 놓고 보아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적대국가인 북한의 김정은보다 못하다고 직접 비교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쓴 소리가 나올까?

정 의원의 이번 발언은 지난 3월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를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은 거셌다. 반면 정 의원은 나 원내대표처럼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 보도된 북한의 숙청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지도자로서 김정은보다 못하다고 폄하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이번 망언으로 논란이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황교안 대표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즉각 사과를 표명했지만, 여론은 쉽게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당장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손을 맞잡은 여야 4당은 일제히 논평을 발표하고, 정 의원의 정책위의장 사퇴와 자유한국당 내 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5.18 망언 3인방과 세월호 막말 2인방의 징계와 관련해서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한 황 대표에게 당 3역 중의 하나인 정 의원마저 무거운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정 의원의 발언 다음 날 당 대변인인 민경욱 의원마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하블레아니’의 침몰에 대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으며 자유한국당은 막발 배출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월에도 ‘목포는 호구다’라는 지역 폄훼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황 대표마저 정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사과한 상황에서 당사자인 정 의원이 언론 보도에 대해 본말전도니 왜곡보도니 하면서 자신의 입장만 강조한다면 이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정 의원이 앞으로 더 큰 정치인으로 남으려면 변명이 아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 표명과 책임 있는 처신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그것만이 헌법기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용서받고 지역민들에게 정 의원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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