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지난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대전지방경찰청에 출두해 15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 의장은 조사에 앞서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고 대전시티즌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좋은 선수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과연 대전시티즌 운영에 막강한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의회 의장의 추천을 누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烏飛梨落(오비이락)으로 김 의장의 선수 선발 개입 의혹이 알려짐과 동시에 고종수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대전시티즌은 박철 감독 대행 체제로 이번 시즌에 임하고 있다.
김 의장의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 개입 의혹은 앞으로 사법당국에 의해 是是非非(시시비비)가 가려지게 됐다. 하지만 사법당국에서 是是非非(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3선 의원으로서 대전시의회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장은 “좋은 선수를 추천했다”는 변명을 하기 보다는 시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하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시의회 의장으로서의 바람직한 도리다.
그렇지 않아도 8대 대전시의회는 출범 직후부터 바람 잘 날 없었다. 지난해 김소연 시의원의 불법 자금을 요구한 정치 브로커 폭로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대전시의회는 지난달에는 외유성 출장 논란을 일으킨 시의원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고등학교 졸업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시의원의 이름이 전국 방송을 장식하기도 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김 의장의 축구 사랑은 익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자신이 축구를 무척 즐겨할 뿐만 아니라 아들 역시 유소년 축구선수로 활약하며,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라고 한다. 이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김 의장의 이번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의장의 말처럼 단지 “좋은 선수를 추천했다”면 김 의장이 추천하지 않았더라도 구단에서 좋은 선수임을 알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괜히 남에게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 의장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유망 선수를 추천했다고 하더라도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의심 받을 짓을 자초한 김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상처 받은 대전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도가 양양한 김 의장이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