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은 제38회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의 유래가 1958년 5월 청소년적십자 단원이었던 충남의 강경여고 학생들이 현직 선생님과 은퇴하신 선생님 그리고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위문한데서 시작되어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로 제정되어 지금에 이른 것으로 볼 때 스승의 날은 충청권과 매우 연고가 깊은 의미 있는 날이다.

하지만 이런 스승의 날이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됐으며, 3년 전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에는 학생들의 작은 카네이션 한 송이도 혹시나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많은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도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라는 말은 시쳇말로 옛 말이 되어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선생님이나 학생의 폭력에 정신적·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의 폭력에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 등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을 장식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과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깊은 우려를 하게 된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집에 가서 이야기하면 “선생님께 무슨 잘못을 해서 혼이 나느냐“고 부모님께 더 혼이 났던 그런 광경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과연 이렇게 무너져내린 교권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대학시절부터 20여년 넘게 친구를 넘어 형제 이상의 관계로 지내는 친구가 있다.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대학에서 강사를 지낸 바 있는 이 친구는 항상 학생인권보다는 교권 확보와 교권 신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이 친구와 얼마 전에 소주를 한 잔 마셨는데, 지난해 9월에 세종에서 정말 훌륭하신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이 교장선생님의 별명은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이라고 했다. 이 친구가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을 만나 직접 겪은 일화 한토막이다. 

어느 날 이 친구가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여중생 3명 정도가 커피를 사가지고 교장실에 들어와 “교장선생님 저희 왔어요.”라고 인사를 하자 “아가야! 담임선생님께는 인사드렸니?”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이 여중생들이 “교장선생님이 먼저죠. 교장선생님께 먼저 인사드리고 가려고요.”라고 대답하자 “아가야! 이리 와서 칫솔 하나씩 가져가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여학생 한 명이 머뭇거리면서 “저는 여기 초등학교 졸업생이 아닌데요.”라고 말하자 교장선생님은 “아가야! 친구들과 같이 왔으니까 당연히 받아가야지.”라고 웃으면서 머뭇거리던 여학생에게 직접 칫솔을 가져다주더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 친구는 졸업한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을 스스럼없이 찾아온 것도 놀랄 일이었지만, 이런 일들이 늘 있는 일상처럼 권위적이지 않은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몇 달이 지나서 이 친구가 다시 한 번 세종으로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4~5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5명이 교장실로 들어오면서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교장선생님은 “아가들 왔구나.”하면서 마이쭈를 하나씩 나눠주더란다. 아이들을 위해서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 이 친구는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교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는데, 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마이쭈를 먹고 싶어서라도 교장실을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이 친구는 칫솔과 마이쭈를 나누어주던 교장선생님의 모습에서 매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 진심으로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교육 철학이 확실한 이런 분들만 교단에 있다면, 무너진 교권을 다시 한 번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마이쭈를 나누어주는 교장선생님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 모든 교단에 자리잡아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까지는 아니지만 스승 존경과 제자 사랑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교실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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