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의 지혜를 주는 타면자건(唾面自乾)
[기고] 삶의 지혜를 주는 타면자건(唾面自乾)
  • 뉴스티앤티
  • 승인 2019.04.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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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균 수필가 / 뉴스티앤티
염재균 수필가 / 뉴스티앤티

상대방이 얼굴에 침을 뱉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이다. 처세(處世)를 잘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참기 힘든 수모도 견디어야 하며, 인내하며 자신을 살펴 깨우치는 처세가 필요하다는 ‘타면자건’(唾面自乾)은 시민대학의 고사성어(지도교수: 장상현)에서 배운 내용이다.

당나라 때 누사덕과 그의 동생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이 말은 〈신당서〉 (누사덕전(新唐書 婁師德傳)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사건의 유래가 들어있다. 살펴보자.

『당(唐)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는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皇帝)로 약 15년 동안 천하를 지배하였다. 그녀는 남편인 고종이 죽은 다음 자신의 아들인 중종(中宗)과 예종(睿宗)을 차례로 왕위에 즉위시킨 후 섭정(攝政)으로 정권을 독차지하여 권력을 휘둘렀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탄압책(彈壓策)을 쓰기도 했지만 유능한 관리들을 많이 발탁(拔擢)하고 명신(名臣)을 적절히 등용하여 정치를 맡겼기 때문에 천하는 그런대로 태평하였다.

측천무후의 신하 가운데 누사덕(婁師德)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성품이 온후하고 관대하며 인자하여 어떤 무례한 일을 당해도 자세가 흔들리지 않았다. 하루는 그의 아우가 대주자사(代州刺史)로 임명되어 부임하려고 할 때였다. 그가 동생을 불러 말했다.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寵愛)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남의 시샘과 질시(嫉視)도 틀림없이 클 것이다.”

그러한 시샘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처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동생이 대답했다.

“비록 남이 제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상관하거나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거나 마르도록 두겠습니다. 만사(萬事)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응대(應對)하여 결코 형님에게 걱정이나 누(累)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동생의 이러한 대답을 듣고 난 누사덕은 다음과 같이 훈계했다.

“내가 염려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마약 누가 네게 침을 뱉는다면 네게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가 바로 그 자리에서 침을 닦아버린다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되어 상대방은 틀림없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침이야 닦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마르게 된다.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웃으며 그냥 침을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화가 조선시대 말의 야사에도 있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안동김씨의 세도에 왕족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살아남기 위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온갖 수모를 다하는 굴욕을 겪는다. 어느 날 안동김씨 세도가의 잔칫날에 고기를 먹기 위해 가랑이 밑으로 기어 지나가는 모욕(袴下之辱)을 당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는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참을 인(忍)자를 되새기며 견디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강대국인 미국에서도 백인들의 흑인들에 대한 비하와 수모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백인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에게 총을 쏘기도 하고 곤봉을 휘둘러 심각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고 한다. 참기 어려운 고통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유명해진 운동선수나 연예인, 쇼 진행자,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있다.

장자(莊子)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내건 공약과 권위를 파괴하고자 역설하였다. 개인이나 단체나 사회가 만든 공약이나 권위는 인위(人爲)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위를 파괴하면 무심(無心)이 되고, 무심하면 저절로 무위(無爲)가 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인위로 만들어진 법이나 규약과 문물을 권세와 권위를 합법이란 이름의 디딤돌로 인간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소처럼 어깨에 멍에를 걸어 끌고 다닌다고 하였다. 장자는 현대의 정치인이나 권력가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타인의 얼굴에는 제 멋대로 침을 뱉으면서도, 자기의 얼굴에 뱉어진 타면자건(唾面自乾)을 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는 채찍뿐인 인위만 찾는가.”라고

 

‘타면지건’이 주는 교훈은 학문의 달성과 출세를 위해서는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며, 더 많이 참고 또 참아 더욱 겸손(謙遜)으로 일관하여 처세(處世)를 올바르게 하여 한 점 부끄럼 없는 공직자가 되어야 할 것이며,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며 뽐내는 자만(自慢)을 버리고 청렴(淸廉)과 베풂과 섬김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지혜를 말해주고 있다.

 

莫畏於慾 莫善於忍(막외어욕 막선어인)

‘욕망보다 무서운 것이 없고,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말로 강이천(姜彝天, 1769〜1801)의 삼경(三警)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절제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일정한 기준에 이르러서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하며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박혀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단지, 내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고통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우리의 삶이 결판난다. 누사덕이 관리가 되려는 자기의 아우에게 훈계한 타면자건의 자세를 우리 모두 견지한다면, 정치하는 분이나 높은 관직에 있는 분들도 국민들로부터 실망과 분노, 불신이 아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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