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노을, 뜯어진 실밥

갓 태어난 검은 염소처럼

비뚤거리며 꿰맨 바느질이었다

 

아버지의 부음 앞에

두꺼운 허리춤을

쉬 들어가지 못한 바늘은

그만, 부러지고 말았다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팔려 나갔다

 

손가락 끝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

한 땀 한 땀

서툴게 박은 올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검은 염소의 뿔이 자라는 동안

 

올 풀린 실밥 사이로

동백꽃 바람이 들고

터진 물집에는

붉은 문장이 고이고 있었다

 

뒤란의 동백

눈 위에 툭 툭 떨어져있다

꽃 한 송이 주워

가만,

대궁에 입술을 가져가 본다

 


- 백혜옥 시인의 <동백꽃 박음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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