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기고]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1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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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뉴스티앤티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내 아내를 보살피는 나의 결심인 것이다. 사람들은 물론 하나님까지 보시기에 좋은 아내를 위하는 마음가짐.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내 아내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마음은 한결같은 것이다. 하나님께서 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 아내 오성자. 79살. 치매 걸린지 5년. 4등급 환자다. 남편 이름도,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 욕을 자주하고 소리를 지르며, 어제 일도, 아니 좀 전에 있었던 일도 모른다. 소리를 지를 때 그는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 필요로 하는 것, 가령 TV를 보고 싶을 때나 약을 챙겨 먹이는 일. 또는 숨이 가쁠 때 소리를 지른다. 5급 판정을 받고나서는 주간 보호센터도 다니고 욕도 덜 했다. 그런데 점점 악화되어 4급 판정을 받을 무렵에는 욕도 심하고 짜증도 심하고 자기 맘 내키는 대로 한다.

 

요즘은 주일날 교회도 못 간다.

본인은 주일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알면 꼭 교회를 가려고 한다. 그런데 교회 가서 아는 교인을 만나면 반가워 소리소리 지른다. 그 소리소리 지르는 게 다른 교인들에겐 잡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일날이면 아내 손을 잡고 수통골 계곡에도 가고, 대전 국립 현충원에도 가며, 갑천 변도 걷는다. 아내의 눈동자 속에 남편인 내가 비치고 있는 동안에는 편안해서 그런지 소리를 덜 지른다.

2019년으로 접어들었다. 올해는 하나님보시기에 더 좋게 해드리려고 내 모든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학교에 강의 나가는 것,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접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의하러 갈 때는 데리고 가서 앞 자리에 앉혀놓고 강의를 하고 끝난 후에는 손목을 잡고 나왔으며, 모임에 갈 때도 꼭 함께 가 두 몫의 회비를 내고 했었다.

우리 부부의 이런 모습을 이강현 시인이 알고 나보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직접 보살피라 권유해 주었다. 직접 배워서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자격고시에 합격하면 보살핌 수당도 얼마는 받을 수 있다 했다. 그래서 다니기 시작한 곳이 인동에 있는 국제 요양보호사 교육원이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우리집 가까이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인동에 있는 곳을 추천해 주었다. 이유가 간단했다. 박수화 원장과 김선희 강사의 강의가 일품이라는 것과 그래서 국가고시 합격률이 100%가까이 높다는 것이다. 수강료 50만원을 내고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 아내 오성자말이다. 수강 며칠 동안 아침 첫 시간은 그런대로 나와 나란히 앉아서 잘 들었다. 박원장의 강의가 누가 들어도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호응도 해주고 함께 웃기도 하면서 재미있어 하였다. 그러나 치매환자들 대부분은 싫증을 쉬 느끼는 법. 오후까지 견딘다는 것은 성한 사람도 힘든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속담처럼 솟아날 구멍이 바로 곁에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가은주간보호센터’.

아내는 주간보호센터 경험이 이곳저곳 다닌 경험이 있다. 그런데 주간 보호센터는 다니길 싫어했다. 박원장께서 아내와 눈을 맞추며 웃어주었다. 아내도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하여 손을 잡고 따라가게 만들었다. 다행이었다. 내가 교육받고 있는 낮 동안 그곳에 맡기게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나를 보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반가워했다. 우리내외는 서로 꼭 끌어안고 한참 동안 얼굴을 비벼댔다. 그렇게 해줘야 내 아내 오성자가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서 웃으시며 박수로 축하해 주셨다. 다행인 것은 이곳 주간보호센터만은 싫다하지 않고 다니려 했다.

그래서 아침에 함께 가고 수업을 마치면 함께 데리고 왔다. 재미있느냐 물으면 늘 웃었다. 재미있다는 답이다. 그런데 이곳의 프로그램은 다른 요양보호소보다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두영 원장이하 모든 직원들의 친절은 다른 요양보호소나 같았지만 프로그램이 달랐던 것이 그 특징이라 할 것이다.

 

치매 5급일때의 아내 모습
치매 5급일때의 아내 모습

첫째가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밴드를 통하여 동영상이 올라오고 환자들의 생활 모습을 가족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오성자의 밝은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둘째는 프로그램 내용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빈대떡 부치기며, 윷놀이, 의료기를 할용한 건강지켜주기, 퍼즐 맞추기, 노래강사를 따라 함께 노래 부르기, 그림에 색칠하기, 점심 식사 후 양치질시키기, 피곤해 하는 환자 잠 재우기 등 모두가 만족한 프로그램이었다.

셋째는 밴드를 운영하는 선생님을 비롯하여 원장님도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도 친절과 상냥함이 몸에 밴듯하였다. 언제나 어느 환자에게나 친절하였다. 그러니 양치질 하자면 웃으며 칫솔을 들고 따라가고, 윷놀이 하자면 담요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는 것이었다. 

넷째는 건물이 남향을 하고 있어서 실내가 밝고 쾌적하였다. 밝고 쾌적한 환경에 선생님들의 밝은 표정이 한 세트가 되어 돌아가니 환자들도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3월 8일, 교육과 모든 실습이 끝났다. 그래서 서구 갈마아파트에서 인동까지는 자가용으로 40여분 걸리는 거리다. 그리고 그동안은 남편만 따라다니던 아내였다. 그래서 그만 보낼까 했는데 아침식사를 마친 아내가 옷을 입고 설거지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서 가자고.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가은 주간보호 센터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직원분께서 데려가고 데려다 주고 있어 내 개인생활 하는데 여유가 생겼다.         

특히 이곳은 주변의 어수선함이나 지나친 소음, 혼란스런 장면 등의 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주변환자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서 좋다. 연세가 드신 할머니들께서는 내 아내를 동생 돌보듯 돌보아 주시고 놀이 할 때도 늘 곁에서 도와주시곤 한다. , 그래서 내 아내에게는 가장 편안한 하루 일과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맙다. 내 아내의 까다로운 성질을 맞춰주는 가은주야간 요양보호소 직원들이 고맙고, 이런 곳을 안내해준 박수화 원장님이 고마우며, 모든 과정에 맞게 실습을 도와준 대전 동구 금성요양원을 비롯해 가오동 해드림 실버요양원, 그리고 재가 실습을 도와준 인동의 새생활 노인복지 센터가 고맙다. 아내가 이 병을 앓고 있는 동안,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보호하고 있는 동안 이분들과 함께 인생 굴곡을 지나야 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소중한 이웃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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