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리 보는 총선-역대 총선 분석 8 - 대전광역시 서구 갑·을

21대 총선을 413일 앞둔 시점에서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의 충청권 지역구를 기준으로 ‘87체제 이후 소선거구제 하에서의 역대 총선 표심을 분석하고, 충청권 정치지형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 확인하여 21대 총선의 표심을 예측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대전 서구 / 대전 서구 제공
대전 서구 / 대전 서구 제공

대전 서구는 둔산지구의 개발 이후 원도심에 있던 주요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이전하면서 대전시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전 정치1번지‘를 자처하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대전과 충남이 분리되기 전인 충청남도 대전시 서구라는 행정구역을 갖고 있던 서구는 현재의 유성구 관할 법정동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1989년 대전직할시가 충남에서 분리되면서 유성구가 신설된 후에 치러진 1992년 14대 총선에서도 서구는 유성구와 같은 선거구를 유지했다. 이후 원도심에 있던 주요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이전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속적인 인구 증가를 가져온 서구는 1996년 15대 총선부터 갑·을 지역으로 분구가 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서구 역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이하 JP)가 1987년 13대 대선 직전 창당한 신민주공화당(이하 공화당)이 위세를 떨쳤다.

13대 총선에서 서구는 공화당의 박충순 후보가 36.64%를 득표하여 민정당의 이재환 후보를 13.12%p 차이로 따돌리고 처녀 당선된다.

13대 총선 당시 서구의 정치지형은 보수진영이 강세를 떨쳤다고 볼 수 있으나, 동구나 중구보다는 진보진영의 약진이 눈에 띄는 점이 주목된다. 13대 총선에서 통일민주당의 김태룡 후보와 평화민주당 송석찬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38.40%에 이르러 동구나 중구와 달리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올리면서 앞으로 진보진영의 확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선거였다.

1992년 치러진 14대 총선은 1989년 충남에서 분리된 대전시가 대전직할시로 승격하면서 행정구역상의 변동이 있은 이후의 첫 번째 총선임과 동시에 유성구가 분구되면서 서구·(유성구) 선거구로 선거가 치러졌다. 또한 1990년 민정당, 통일민주당, 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이하 민자당)에 대한 매서운 심판이 서구에서는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2월에 있을 14대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서구·(유성구)의 무소속 이재환 후보는 서구에서 34.73%를 득표하여 통일국민당 김태룡 후보를 6.41%p 차이로 꺾고 1위를 차지하며 유성구와의 득표율 합계 34.90%로 당선의 영광을 안는다.

14대 총선에서 서구·(유성구)는 보수진영이 5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으나, 3당 합당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거대 여당 민자당에 대한 혹독한 심판을 하게 된다. 그 결과 현역 프리미엄과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 싸운 민자당 박충순 후보에게 불과 14.42% 지지만을 보내며 4위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기게 한다. 반면 통일국민당으로 말을 갈아탄 김태룡 후보와 민주당 이희원 후보는 서구에서 각각 28.32%와 16.33%를 기록하면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올렸다.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은 서구의 급속한 인구 증가로 인해 갑·을로 분구가 이루어진 선거임과 동시에 지난해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맹위를 떨치며 충청정당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대전·충남·북을 지속적으로 강타했다.

15대 총선에서 서구 갑의 경우 자민련 이원범 후보가 49.95%를 득표하여 현역 프리미엄과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 싸운 신한국당 이재환 후보를 25.43%p로 대파하고 처녀 당선됐으며, 서구 을의 경우 신예 자민련 이재선 후보가 44.69%를 득표하여 관선 대전직할시장 출신의 신한국당 염홍철 후보를 9.83%p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다.

15대 총선에서 서구는 보수진영이 완벽하게 승리를 거둔 선거였다. 서구 갑의 경우 자민련 이원범 후보와 신한국당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74.47%에 달했으며, 서구 을의 경우 자민련 이재선 후보와 신한국당 염홍철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무려 79.95%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5대 총선에서 서구는 보수진영에게 지난 14대 총선보다 25% 이상의 표심을 몰아주게 된다.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에서는 자민련의 세가 주춤하면서 대세론을 형성하며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에 근접해 있던 논산을 지역구로 둔 이인제 후보의 일명 ‘IJ벨트’가 대전과 충남에 영향력을 미치며 서구에서는 소선거구제가 시행된 13대 총선 이후 최초로 진보진영의 후보가 당선된다.

16대 총선에서 서구 갑의 경우 새천년민주당 박병석 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던 자민련 이원범 후보를 3.65%p 차이로 따돌리고 辛勝(신승)하며 처녀 당선됐으며, 서구 을의 경우 자민련 이재선 후보가 35.58%를 득표하여 동구에서 지역구를 옮기며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남재두 후보를 10.19%p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다.

16대 총선에서도 서구는 여전히 보수진영이 우세했으나, 자민련의 녹색 돌풍이 불던 지난 15대 총선보다는 8% 정도의 지지율이 빠지게 된다. 비록 서구 갑에서 보수의 분열로 진보진영 후보가 최초로 당선되는 결과가 빚어졌지만, 서구 갑의 자민련 이원범 후보와 한나라당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62.53%를 기록했고, 서구 을의 경우도 새천년민주당 남재두 후보를 제외하고 보수정당 후보들과 보수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치면 74.58%의 수치를 나타냈다.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바람이 서구를 잠식하며, 지난 15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서구 을에서도 진보진영 후보가 당선되게 된다.

17대 총선에서 서구 갑은 열린우리당 박병석 후보가 51.19%를 득표하여 한나라당 이영규 후보를 28.78%p 차이로 대파하고 재선에 성공하며 앞으로 내리 5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서구 을에서는 열린우리당 구논회 후보가 자민련 정하용 후보를 14.49%p 차이로 따돌리고 처녀 당선된다.

17대 총선에서 서구는 지난 13대 총선 이후 진보진영이 처음으로 5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린다. 서구 갑의 경우 열린우리당 박병석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이강철 후보 그리고 민주노동당 김양호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60.25%에 달했으며, 서구 을의 경우 열린우리당 구논회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송인덕 후보 그리고 사회당 김윤기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46.32%에 이르렀다. 따라서 서구 갑과 서구 을의 누적득표율은 53.27%에 이른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에 이은 충청정당을 표방한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 바람이 서구에도 상륙했으나, 서구 갑에서는 재선을 거치면서 지지기반을 공고히 다진 통합민주당 박병석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18대 총선에서 서구 갑의 경우 통합민주당 박병석 후보가 41.29%를 득표하여 선진당 백운교 후보를 18.42%p 차이로 크게 따돌리고 당선되며 대전에서 최초로 내리 3선 당선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면서 중진으로 발돋움했고, 서구 을의 경우 선진당 이재선 후보가 41.37%를 득표하여 통합민주당 박범계 후보를 14.96%p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되면서 역시 3선 고지를 밟으며 중진 반열에 오르게 된다.

18대 총선에서 서구는 지난 17대 총선과 전혀 다른 표심을 보이며 보수진영이 강세를 나타냈다. 서구 갑에서는 비록 보수진영 후보가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선진당 백운교 후보와 한나라당 한기온 후보 그리고 친박연대 이영규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7.14%의 득표율에 달했고, 서구 을의 경우 선진당 이재선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수 후보 그리고 친박연대 서종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무려 71.41%라는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충청정당을 표방한 선진당의 바람이 주춤하면서 18대 대선의 전초전답게 거대 양당의 양자 대결로 선거 구도가 흘러간다.

19대 총선에서 서구 갑의 경우 민주통합당 박병석 후보가 54.53%를 득표하여 새누리당 이영규 후보를 20.57%p 차이로 대파하고 내리 4선 당선이라는 영광을 안았으며, 서구 을의 경우 민주통합당 박범계 후보가 43.62%를 득표하여 선진당 이재선 후보를 12.95%p 차이로 꺾고 당선돼 지난 18대 총선의 패배를 설욕하면서 처녀 당선된다.

19대 총선에서 서구는 갑과 을에서 미묘한 표심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서구 갑의 경우 지지기반을 공고히 다진 민주통합당 박병석 후보가 단독으로 54.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된 반면, 서구 을의 경우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과 선진당 후보의 분열에 힘입어 어부지리로 민주통합당 박범계 후보가 당선된 측면이 적지 않다. 19대 총선에서 서구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호각세를 보이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영향으로 서구에서는 진보진영이 강세를 떨치게 된다.

20대 총선에서 서구 갑은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후보가 48.66%를 득표하여 새누리당 이영규 후보를 8.83%p 차이로 따돌리고 대전에서 내리 5선 당선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으며, 서구 을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후보가 49.53%를 득표하여 새누리당 이재선 후보를 14.74%p 차이로 크게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다.

20대 총선에서 서구는 진보진영의 압승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서구 갑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후보와 국민의당 김흥규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9.39%에 이르렀고, 서구 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후보와 국민의당 이동규 후보 그리고 정의당 김윤기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무려 65.19%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구는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후보가 66.45%를 득표하여 대전 5개 구청장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을 불과 413일 앞둔 시점에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 그리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차지한 진보진영이 여세를 몰아 21대 총선까지도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김소연 대전시의원의 연이은 폭로로 러디십에 타격을 박범계 의원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새롭게 당 지도부를 꾸리는 자유한국당이 전열을 가다듬어 보수통합을 이루어내면서 보수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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