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21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의 의지도 더욱 뚜렷해졌다.
 

답변하는 장하성 정책실장 / 연합뉴스

장 실장과 김 후보자는 학계와 시민사회 영역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대표적 인물이다.

장 실장은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대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지적해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소장으로 활동해온 경제개혁센터의 전신이다.

장 실장과 김 후보자가 함께 주도한 재벌개혁 운동 중 대표적인 것인 바로 주주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대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를 감독하는 소액주주운동이다.

장 실장은 소액 주주 자격으로 1997년 3월 제일은행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제기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삼성전자[005930] 주주총회에 참석해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화제가 된 김 후보자의 대기업 주식 1주 포트폴리오도 이 같은 소액주주운동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시민단체에서 함께 같은 철학을 갖고 재벌개혁 운동을 벌이던 두 진보학자가 나란히 청와대의 정책총괄 수장과 경제검찰인 기업 조사당국 수장을 맡게 되면서 대기업 지배 구조 개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미 공정거래위원장 내정 직후 과거 대기업 전담 조직인 '조사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재계를 긴장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가공자본 창출의 문제점은 여전하다. 재벌 개혁 의지는 후퇴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라며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새 정부가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진보성향의 교수를 전진 배치한 것은 지금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최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벌과 권력간 유착이 하나둘 공개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벌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진 때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새 정부가 장하성·김상조 인선으로 개혁 의지를 천명한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단기적 개혁보다는 중장기적 개혁의 청사진 작업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리한 재벌 개혁이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고 특히 민간에 고용 창출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일방적인 압박 카드만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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