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울 한 복판에서 백두칭송 운운하더니, 이젠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치는 부류까지 나타났다. 남북한이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나온 돌출행동으로 여기기엔 석연치 않다.

한술 더 떠 위인맞이환영단 운운하면서 지하철 광고를 위한 모금운동에 나선 부류도 출현했다. 김정은 서울 방문의 ‘바람잡이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부류의 단체활동이 6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머릿속의 이념과 가치관의 간극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산주의에 대한 무지와 상식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변별력을 지닌 부류이기에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위인맞이 환영단의 행태는 정말 꼴불견이다. 김정은의 행적을 몰라서 위인 칭호를 주려는가. 형을 독살하고 고모부를 처참하게 죽이면 위인이 되는가. 생존해 있는 자에게 위인이란 칭호가 적절할까. 나폴레옹은 사후 100년이 지난 시기에 재평가(Bonapartism)가 이뤄졌다. 나폴레옹의 사례에서 보듯이 “21세기가 되면 히틀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독일뮌헨대학의 역사학 세미나에서 들었던 어느 교수의 발언이 생각난다. 위인이란 칭호는 후대가 평가하는 것이다. 공부 좀 더 하고 위인맞이를 하든 공산당이 좋아요 라고 외치던지, 마냥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기엔 참 잔망스럽다. 지식의 편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낀다.

누가 이들을 왜, 이렇게 세뇌(?)시켰는가. 도대체 학교에서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기에, 철 지난 공산당 타령인가. 한 때 학생운동의 진원지였던 대학의 총학생회도 거의 소멸되거나, 활동의 영역을 이전과 확연하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청와대 표현대로, 북한은 국가가 아니지만 특수한 관계를 백번 고려한다 해도, 이건 아니다. 이런 현상에 입 다물고 있는 검경과 국정원이 더 개탄스럽다. 청와대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소신발언과, ‘공산당이 좋아요’가 튀어 나오는 작금의 형국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울산시 교육감이란 자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친 이승복의 동상을 치우라고 한 모양이다. 그게 교육감이 할 짓인가. 올바른 교육은 역사에 대한 진실을 전해 주는 것이다. 관념적 차이를 떠나서 지난 역사의 공과도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이다. 이승복 동상은 반공의 상징을 지닌, 엄연한 우리 역사다. 동상을 치운다고 반공의 역사가 사라지겠는가. 일개 교육감이 무슨 권한으로 우리 역사를 지우려는지 그 발상 자체가 가소롭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반공의 분위기는 사라졌다. 냉전체제의 와해 이후, 공산주의에 대한 희망과 기대도 함께 사라졌다. 북한도 2010년 9월,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를 아예 삭제했다. 공산주의로 가는 과정이 곧 사회주의다. 하여, 당 규약에 사회주의를 집어 넣었다. 북한엔 공산당이 없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 공산당을 찾을 수 있는가. 거의 허명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공산당이 좋아요 외치는 부류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극좌 수구다. 이들이 퇴색된 반공주의를 다시 되살려 내는 꼴이다.

공산당의 명칭은 기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스위스에서 망명생활을 마치고 러시아로 귀국하던 레닌은 기차 안에서 동료들과 당명을 놓고 고심했다. 공산주의를 꿈꾸던 혁명가들이라 공산당으로 정한 것이다. 냉전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공산진영 국가들은 너도나도 공산당을 도입했다. 중국과 북한도 그 범주에 속한다. 스탈린의 독재로 인해 수 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죄없는 국민이 수없이 죽어 나갔다. 공산당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을 일일이 거론하기도 벅차다. 지금도 북한은 보다듬어야 할 주민을 여차하면 수용소로 보내거나 그들의 생명을 짓이기고 있는 중이다.

김정은 답방을 오매불망 고대하는 문재인 정권은 올해를 넘기기 전에 성사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도 김정은이 온다면 ‘국민이 쌍수로 환영’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경호, 안전 문제 탓에 교통 등 국민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이 양해해 주셔야 한다고 첨언했다. 국민감정을 몰라도 한참 동 떨어진 상태다. 15만 평양시민의 대환영 감격에 서 깨어나지 못한 취몽불성 상태인지, 아니면 무슨 난망지은이라도 챙겼는지 모르겠다. 알아서 길을 열어주는 문 대통령 덕분에 목하 김정은은 손 안대고 코 푸는 중이다.

초대에 응했다면 오는지 안 오는지, 상대가 답을 하는 것이 예의다. 상대는 떡 줄 생각도 안 하는 데, 대통령부터 연일 김칫국을 마시는 중이다. 기다림의 인내심이 턱없이 부족하고, 온통 이벤트성 행사에 단맛 들린 것 같다. 현실이 이러하니, 우리 국민도 김칫국에 빠져들까 걱정된다. 멀쩡한 원전도 탈원전 운운하면서 탈을 내고 있다. 게다가 상대국 대통령도 외유 중인 체코 방문은 참 허망했다. 자가당착적인 원전 세일즈 운운하더니, 결국은 빈손이다.

해외에 나갈 때 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이번엔 기자들의 국내사안 관련 질문도 아예 사전 차단 해버렸다. 어법이 왜 그리 둔탁한지 모르겠다. 기자들 한테 유머나 또는 제스처를 동원해서라도 부드럽고 여유있게 양해를 구 할 수도 있었는데, 완전 명령 조의 어법만 돋보였다. 해외 순방에서는 김정은세일즈 하기가 우선이다. 대화 상대가 시큰둥해도 막무가내다. 그런 뚝심으로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챙겨주면 안 될까. 한 해가 참 암울하게 저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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