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새벽,

장막으로 둘러쳐진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두가 부수어지고, 쓸어진 잔해 속에서 

한 건물이 초라하게 그러나 우뚝하게 서 있다.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가 쳐져있다.

모자를 벗고 눈을 감고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우람한 건설의 명기 포크레인이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한다.

한 때는 누구와 그 가족의 신전이었던 곳.

한 마을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진 골목이 없어지고,

한 가족의 두레밥상 같은 마당이 없어지고,

마을 사람들의 공동 shelter가 분해되고, 

한 가족의 주거와 안녕의 기초가 없어지는 중이다.

결별의 시각이다.

상량식과 준공식을 거쳐 따뜻했던 보금자리.

모두가 떠나고 공허한 진혼곡이 울리는 영결식이다.

눈비가 온다.

우뚝한 하얀 성채가 내려다 보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불러낸다"

- 존 버거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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