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경질 후 주가 상승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 김동연 전 부총리 페이스북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 김동연 전 부총리 페이스북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충청대망론’의 한축을 차지하던 인사들이 하나씩 대선 본선 문턱에도 진출하지 못한 채 낙마하면서 꺼져가던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충청권 인사들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동시 경질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끌었던 김 전 부총리의 강점은 이전에 ‘충청대망론’을 이끌었던 이 전 총리, 반 전 총장, 안 전 지사 보다 확실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덕수상고와 국제대(현재 서경대) 법학과 야간과정을 졸업한 이력으로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와 제6회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한 김 전 부총리는 소위 말하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에 해당하는 인사다. 가진 것도 없고, 빽도 없는 ‘흙수저’ 출신의 김 전 부총리가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에 투신하여 우리나라 경제부처의 요직을 두루 거쳐 대표적 경제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성실함과 올곧은 인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제2차관 임명이나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명된 장관급 국무조정실장 임명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임명에서 보듯이 ‘囊中之錐(낭중지추)와 같은 그의 능력과 진면목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여실히 드러난 상황이다.

특히, 김 전 부총리의 眞價(진가)는 아이러니하게도 11.9 개각을 통해 정권 실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동시 경질을 당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8일 있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답변에서 “위기의식 갖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면서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는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소신 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보이며 보수진영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당장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자유한국당에서는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러브콜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1.9 개각 당일 “무소불위 청와대 간신배들의 압력에 못 이겨 대통령도 뻔히 알면서 경제부총리를 먼저 경질한다”면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경질 대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라”고 청와대와 날을 세우면서 김 전 부총리를 엄호하고 나섰다. 충남 공주 출신의 중진인 자유한국당 정진석(4선, 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개각 하루 전인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명박 정부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그의 일솜씨, 그의 인품을 잘 압니다”라면서 “2016년 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김 부총리를 우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죠. 학생들과의 약속 때문에 아주대 총장직을 버릴 수 없다는 이야기에 제가 뜻을 접었다”며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주십시오”라고 강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관계자도 “인간 승리에 가까운 경력, 여러 정부에서 중용된 실력 등 정치권에서 보기에 (김 부총리가) 놓치기 힘든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한 언론에서 밝힌 바 있어 김 전 부총리의 향후 행보에 여·야 모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 전 부총리가 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은 향후 정치 행보에 있어 큰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 충청인들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87체제 이후 영·호남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가슴 한 구석에 내재돼 있다. ‘87체제 이후 일곱 차례의 대선에서 영남과 호남이 6 對 1로 대통령을 나누어 가졌으니 이제는 충청 출신이 대통령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논리가 점차 무르익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의 표심은 바로 당선으로 직결됐다. 충청 출신 중 두 차례나 대통령에 가장 근접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이인제 후보의 경선 불복과 DJP연대 그리고 신행정수도 때문에 충청권에서 표를 얻는데 실패해 결국 청와대 입성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이 전 총재는 유권자들에게 ‘가진 자’, ‘특권층’이라는 인상이 매우 강했으나, 흙수저 출신인 김 전 부총리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워 충청을 업고 전국적으로 뻗어나가기가 용이하다. 충청권의 한 원로 인사는 이 전 총재의 엘리트 의식을 빗대어 “이회창 씨가 경기고나 서울대 법대 둘 중에 하나만 나오지 않았어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김 전 부총리가 더 머리를 숙이며 더 많은 내공을 쌓는다면 확실한 友軍(우군)들의 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5.9 대선에 출마했다 중도 포기한 충북 음성 출신의 고향 선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 부문에서 자문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김 전 부총리의 대선 가도는 錦上添花(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특히 ‘87체제 이후 한 번도 정통관료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점도 김 전 부총리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여야 정쟁에만 골몰하는 정치인 출신 보다는 정통관료 출신이 안정되게 우리나라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김 전 부총리가 일약 대권 후보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까지 정통관료 출신 인사로 대권에 가장 근접했던 인사는 참여정부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한 고건 전 국무총리다. 고 전 총리는 17대 대선을 1년 반 정도 앞둔 시점까지 지지율 1위를 달린 바 있으나, 마지막까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호남 일대 부농이면서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아들인 고 전 총리와  ‘흙수저‘ 출신의 김 전 부총리를 받아들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87체제 이후 일곱 차례의 대선 중 세 차례나 상고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 살펴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김 전 부총리의 마지막 비장의 무기는 바로 경제통이라는 점이다. 지지율이 높은 집권여당의 유력 대권 후보들 중 현재까지 경제통은 전무하다. “경제가 너무 안 좋아 먹고 살기 힘들다”, “IMF 보다도 더 어렵다”는 민생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자신의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하나씩 제시해 나간다면, 보수 성향이냐 진보 성향이냐를 떠나 김 전 부총리에게 눈을 돌릴 유권자들은 급속도로 늘어날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충청권은 제2공화국의 의원내각제 하에서 19개월 동안 상징적인 역할에만 머물렀던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을 배출한 바 있다. ‘87체제 이후는 4차례의 본선 패배(1987년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2007년 무소속 이회창)와 한 차례의 경선 패배(2017년 더불어민주당 안희정)에 불과했다. 충청인의 氣(기)를 받아 충청인의 염원인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서 김 전 부총리가 충청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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