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이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5대 이사장 취임

유시민 작가(전 보건복지부장관)가 지난 15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하 노무현재단)’의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마저 그의 향후 행보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JTBC '썰전' 갈무리 / JTBC 캡처
유시민 작가 / JTBC 방송화면 캡처

2016년 1월부터 JTBC의 인기 시사프로그램인 ‘썰전’의 진보진영 패널로 출연하여 보수진영 패널인 전원책 변호사(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와 박형준 동아대 교수(전 국회의원, 전 국회 사무총장) 등과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였던 그는 지난 6월 “원래 정치에서 멀어지려고 정치 은퇴를 했는데, 썰전이 정치 비평 프로그램 아니냐. 자꾸 정치 비평을 하다 보니 정치에서 안 멀어지더라. 정치에서 한 걸음 멀어져서 글 쓰는 유시민으로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어 2년 5개월 동안 정들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런 유 작가가 진보진영의 정치사관학교로 일컬어지는 ‘노무현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을 가볍게 두고 볼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노무현재단’의 역대 이사장들이 초대 한명숙 국무총리, 제2대 문재인 대통령, 제3대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제4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친노 핵심인사들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 작가가 이들의 지원을 업고 정치 재개를 하지 않겠냐는 시선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유 작가의 정치 재개가 이루어지면, 당장 더불어민주당 대권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하며, 보수야당인 한나라당과의 투쟁에서 항상 선봉에 서왔던 유 작가의 등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들에게 썩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4년 7개월 정도 장기 집권하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후임이 유 작가라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카리스마 강한 서울대 운동권 선배인 이 대표가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의원 시절 유 작가를 국회 보좌관으로 영입한 것이나,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경선에서 예비경선을 통과한 유 작가가 이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것만 봐도 둘 사이의 관계는 가히 ‘水魚之交(수어지교)’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유 작가는 지난 15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이·취임식에서 “지난 5년 동안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장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언컨대 유시민 신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낙연 총리 다음 총리 후보군으로 등장할 것이라”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집권 초기 고건 총리를 썼다. 그분이 의미하는 건 안정이다. 그러나 그 뒤에 꺼낸 카드는 이해찬, 한명숙 카드였다”며 “이낙연 총리도 상당히 안정감 있게 국정을 통괄하고 있지만, 1~2년이 더 지나 경제 문제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고, 최근 방송 출연으로 이미지가 좋아진 유 신임 이사장을 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작가 본인은 “절대 정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2017년 1월 5일 ‘썰전’ 200회의 축하 인사말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유력 대선 주자)이 “유시민 작가는 정치 안 한다 너무 이렇게만 말씀하시지 말고, 언젠가는 운명처럼 정치가 다시 유시민 작가님을 부를 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싶습니다”라고 건넨 덕담이 과연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 갈무리 / tvN 방송화면 캡처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 / tvN 방송화면 캡처

한편, 1959년 경북 경주 출생인 유 작가는 심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마인츠대학에서 학부·석사 통합과정인 Magister(마기스터)를 취득했다. 1997년 IMF로 인해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못하고 귀국한 유 작가는 2000년 6월부터 mbc의 100분 토론을 진행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다. 2002년 절필 선언과 동시에 배우 문성근 등과 당원의 참여와 소통을 강조한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했고, 2003년 4월 26일 민주당 곽치영 의원의 당선무효로 치러진 경기 덕양갑 재선거에 출마하여 53.50%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한다. 유 작가는 당선 이후 의원선서 시 백바지에 캐주얼 콤비와 라운드 티를 입고 등원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등의 거센 반발로 의원선서를 하지 못하고, 다음날 정장을 입고 의원선서를 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2004년 3월 12일 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가결 당시 울부짖으며 경위들에게 끌려 나가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바람에 힘입어 여유 있게 당선된 유 작가는 2006년 2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되면서 다시 한 번 ‘노무현의 남자’로 각인된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유 작가는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우며 대구의 정치 1번지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32.06%의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올리고도 지역주의 장벽에 막혀 당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패배하여 낙선하고 만다. 2009년 11월 참여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참여정부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 등과 국민참여당을 창당했고, 이듬해 열린 제5회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여 재선 의원이자 ‘참여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역임한 제1야당의 거물 김진표 후보와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던 한나라당의 김문수 후보에게 4.41%p 차이로 석패한다. 유 작가는 2011년 12월에 이정희·심상정·노회찬· 조승수 등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창당한 후 공동대표에 취임했고, 19대 총선을 앞두고 터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에 대해 ‘총체적 부정선거’임을 인정하고 비례대표 전원 사퇴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 후 2012년 10월 심상정·노회찬·조승수 등과 진보정의당 창당에 동참했다. 이후 유 작가는 2013년 2월 19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평당원으로 남게 되었으나, 2018년 정치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나고 싶다며 정의당을 완전히 탈당했다. 유 작가는 현재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3’와 JTBC의 ‘방구석1열’ 등에 출연 중이며, 주요 저서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나의 한국현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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