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서둘렀던 평양 방문 결과가 10·4선언이다. 임기 말임에도 북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 약속은 흐지부지되었다.

정권에 따라 우리의 대북정책은 늘 출렁거렸다. 당연히 정책의 지속성은 상실되었다. 1인 체제 정권인 북한으로선 우리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곤욕(?)을 치르는 셈이다.

이 대목에선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드러난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정책의 지속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전 서독은 정권이 바뀌어도 대동독정책의 흔들림이 없었다. 여야가 늘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정책을 다듬었기 때문이다. 대동독정책 만큼은 정책수행도 그에 따른 책임도 여야가 함께하려는 수준이었다.

우리는 여야가 대북정책 관련 정보공유마저 거부한다. 정책수행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친다. 여당이 알아서 할테니 믿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북한에게 마냥 퍼준다는 오명도 그 때 생겨났다. 그렇다고 책임지는 일도 없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시기에 북한의 핵개발을 적극 부인했지만, 현실은 어떤가. 노벨평화상의 댓가가 북핵인가. 그렇다고 후속책임도 사과나 변명조차 없다. 늘 그래왔다. 이러니 여야가 서로 아웅다웅하는 꼴이다.

지금도 그런 정치문화는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대북정책만큼은 당리당략을 내세워선 안 된다. 여야 모두가 함께 맹성해야 한다.

10·4선언 기념행사에 좌파성향의 인사를 주축으로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얼마나 들떴는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기집권을 에둘러 강조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여당 대표가 평양에서 장기집권 운운한 것도 한심하지만, 한편으론 남북한이 평화로 가는 길에서 우파진영을 배제하겠다는 엄포이자 북한측에 전하는 신뢰의 서약처럼 들린다.

세습정권 하의 북한측 인사들도 이 대표의 허언을 듣기가 민망했을 것이다. 한술 더 떠, 국가보안법 손질까지 우회적으로 언급한 모양이다. 평양까지 가서 꼭 그래야만 했는가.

현 정권과 여당마저 매사가 이런 식이니 국민이 보기엔 문 정권의 평화의지(?)에 대한 불신만 커져가고 걱정이 증폭되는 것이다. 평화를 외치면서 국민에게 불안을 던져주는 꼴이다. 우파진영의 동의와 동조없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그리고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문 대통령은 국감을 앞두고 국회의 직무유기 운운하면서 판문점 선언 비준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주로 30~50대 네티즌들의 관심과 불만이 댓글에 녹아있다.

문 대통령 자신이 국회에서 활동할 때 이전 정부를 대하는 태도가 어땠는지 되묻고 싶다.

게다가 천안함 사건 후속 대응책인 5·24조치 해제와 관련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언급이 번복되고,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하여 미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과 불만도 공개되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정부가 수차례 밝혔던 한미관계의 견고함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 중에 평화를 반대하는 자도, 전쟁을 찬성하는 자도 없다고 확신한다. 다만, 한미 간의 불협화음을 바라는 일부 불순한 세력이 잔존하는 것 같다.

글로벌 시대에 국제정치와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려울수록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견고하게 지내려고 한다. 반면에 우리는 미국과 일본 등 기존의 우방국들과의 관계마저 훼손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졸렬한 외교를 펼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국제관계는 아직도 국력의 위세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외교는 국내여론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힘을 얻는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힘의 논리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선진외교가 요구된다.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을 통해 대북지원을 챙기거나, 5·24조치 해제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성사시켜보려는 문 정권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허나, 작금의 모든 것은 북핵으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길은 대북제제로 막혀있다. 난제를 풀어 갈 대상은 당분간은 북한과 미국이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현 정권의 일방적인 행보 탓에 남남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오로지 북한만 생각한다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나설 때와 나서지 않을 때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적 평화 의지를 버릴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와 북한이 바라는 평화는 동일한가, 이질적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깊은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인권과 사회정의가 결여된 평화는 거짓평화다.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평화에 무관심한 상대라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에겐 ‘거짓평화’를 가려 낼 변별력과 지혜가 요구된다. 평화를 위해선 쌍방 간의 신뢰구축과 호혜적 관계개선을 위한 긴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평화는 서두른다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평화를 다시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