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수 목원대학교 총무처장 / 뉴스티앤티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마셜군도, 팔라우공화국, 엘살바도르, 파나마, 가이아나, 브라질, 수리남, 우루과이, 파라과이, 페루, 몰타, 불가리아, 알바니아, 라오스, '한국', 몰디브, 방글라데시, 키프로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잠비아, 카메룬, 코모로, 콩고, 탄자니아, 튀니지, 니카라과,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필리핀, 레바논, 이집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지부티, 짐바브웨, 시리아, 터키, 세네갈 등등.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대통령제 국가들이고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각각의 주권 국가들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통령제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집어넣는다면 모양새가 약간 나아지는 듯도 하지만 현실은 별반 나아질 것이 없다. 사실 유일하게 성공한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도 현재 트럼프 정권 들어와서는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정치철학자이고 헌법학자인 뢰벤슈타인은 “대통령제는 미국 국경을 넘는 순간 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했다. 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우리나라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인 권력간 갈등을 통치구조 차원에서 논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담론은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면 사실적 차원에서 접근해 보자. 제왕적 권력을 쥐었던 대통령과 그의 주변인들이라도 행복해야 할 텐데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현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별 볼 일 없는 촌로라고 말한 형 노건평 씨는 뇌물수수로 구속됐고, 부인과 아들 노건호 씨는 물론 본인이 박연차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인 600만 불의 행방과 관련해 검찰 소환으로 관심이 모아지던 중 스스로 부엉이바위에서 운명을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도 비운을 피하지는 못했다. 장남 김홍일 씨는 나라종금 로비수사 과정에서 1억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차남 김홍업 씨와 삼남 김홍걸 씨는 각각 청탁 대가로 22억여 원을 받은 혐의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는 소통령으로 불리며 문민정부 말기 검찰의 한보그룹 특혜비리 수사 과정에서 업체들로부터 이권청탁 명목으로 65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치소 신세를 져야 했다. 또 한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억 원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대통령의 아들들은 '정권의 마지막 뇌관'이 되어 산화하는 속성이 있는 듯하다.

노태우 대통령 역시 재직 당시 5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감옥과 추징금 2629억 원을 확정판결 받았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동생 전경환이 새마을본부 공금 7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자신도 비자금 조성으로 감옥행과 추징금에 자유롭지 못했다.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도 아버지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71억여 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총탄에 부부가 서거하는 비운을 맞아야 했고, 건국의 아버지라 칭송 받던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부정선거에 이은 이른바 4·19 독재 항거에 하와이로 도망치다시피 망명을 해야 했다. 대통령을 수괴로 하는 범죄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취해있는 사람들은 불나방과 같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든 인간의 속성이든 권력의 중심에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있다. 권력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돈에 자유롭지 못하다. 맨손으로 권력의 중심에 모여들지도 안겠지만, 돈 없이는 권력에 다가가기도 힘들다. 우리는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를 부정부패라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제라는 권력 지향적 통치구조는 대통령 스스로와 모든 국민들을 힘들게 만드는 ‘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의 키스’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파면된 것도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행한 전형적 권력의 갑질 때문이다. 권력은 가장 낮은 자들, 약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 낮아져 다수의 행복을 위한 도구이어야 한다. 못해도 그런 신호라도 보내야 한다.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변혁이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부디 권력을 쥔 당신만이라도 행복하시라고.... 그래야 국민의 행복도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불행하다면 그 권력을 내주고 아무 힘도 없는 국민들은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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