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노익희 참교육신문회장 (전 한국언론사협회회장) / 뉴스티앤티

 파킨슨병으로 고생하시는 94세 어머니가 형에게 업혀 기어이 투표하셨다. 금천구의 한 요양원에 계시면서 용산구 서빙고동으로 가서 투표하시겠다고 하시니 난감했지만 나라와 자식들을 위해서 투표하겠다는 말씀이 형을 움직였다. 항상 누워서 계시다가 간혹 휠체어에서 TV를 시청하시곤 하는 어머니는 새 대통령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총 9번의 헌법 개정을 거치는 동안 직선제와 간선제를 오가는 제도상의 변화를 거쳤었다. 1대와 4대 때는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했고, 8대부터 11대 때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12대는 대통령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았다. 직선제로 뽑은 대통령이 13번이니 어머니도 13번을 투표하신 셈이다.

19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당선인은 당선증을 받는 즉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임기는 2022년까지로 5년, ‘당선인 기간’과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에 바로 돌입해야 한다. 숨 돌릴 틈 없이 곧바로 청와대에 들어가 업무를 시작해 긴박한 한반도 외교·안보위기와 분열된 국론, 경제위기 극복의 막중한 숙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우방인 미국, 안보 협력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만나 대북 안보 공조체제를 위해 선린적인 우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과는 한·미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위기를 관리해야 하고 중국과는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흔들린 동반자 관계를 회복해야만 한다.

군 통수권자로서 합참으로부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의 안보 상황을 직접 보고받아야 하고 총리 인선을 비롯한 내각 구성 작업도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인수위가 없는 만큼 국무총리와 청와대 주요 수석 발표가 첫 직무가 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가 생략되는 비서실장과 정무·민정·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 주요 참모진 인선을 통해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서두르고 국정을 지휘할 것이다.

내각 인선이 최종 완료되기까지 총리가 인사 제청권을 행사해야 하고, 지역 안배를 고려한 여론도 수렴해야 하고 정부조직법과 인사청문회 요청안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차관 인사를 먼저 단행해 장관 대신 회의 참석해 의견을 내야 하지만 심의·의결권은 없어 새 정부는 당분간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어색한 동거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새 대통령은 경쟁 후보들을 접촉하고 야당 지도부도 방문해 국민 대통합을 위한 협조를 당부해야 한다. 낙선 후보들의 지지층을 끌어안지 못하면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다. 탄핵대선으로 국론이 나뉜 선거는 보혁 갈등과 세대 갈등이 뚜렷했다. 여야 지도자와 함께 통합을 위한 탕평 인사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고 제시했었다. 그렇지만 중간평가로 국가를 전복하려는 세력들이 있다고 호통을 치며 거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과와 죄송, 죄책감을 여러 차례 언급한 특별담화문을 통해 약속은 뒤집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연합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내걸었었다. 하지만 정권 출범 직후 곧바로 잡음이 시작됐고 결국 내각제 개헌과 DJP연합 모두 파국을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은 본인의 의지보다 사회적 반대로 무산됐다.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 결정이 났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도 검찰 반발에 부딪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화려한 경제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7% 성장률,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이른바 747 공약과 동남권 신공항, 한반도 대운하는 조용히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474, 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를 공약했지만 나라 빚과 가계 빚만 늘렸다. 고등학교 무상 교육과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정치쇄신과 검찰개혁, 그리고 국민 대통합 등은 모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휩쓸려 물거품이 됐고 나라는 갈기갈기 찢겨졌다.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을 스케치해보면 이렇다. 취업이 잘되는 나라, 청년들이 일자리가 많은 나라, 주거복지가 현실화되는 나라, 월세가 싼 나라,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워킹맘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사회 질서가 확실한 나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장사가 잘되는 나라...

새 대통령은 이제는 그만 모든 싸움을 멈추고 국민들의 소리를 듣고 갈가리 찢어진 나라를 다시 통합해 주길 바란다. 새 대통령은 상생과 협력체계를 만들어 진정한 국민 대통합과 철통같은 국가 안보를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나라 성장의 활력을 다시 끌어올려 주어야 한다.

공약은 공적인 약속이다. 나를 뽑아주면 이건 꼭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 대통령은 공약을 꼭 지키고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성장의 해법과 성장의 전략을 반드시 실행해 주길 바란다.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 내 어려운 나라를 구해 주길 바란다. 낙선된 후보자들을 다 끌어안고 여야 지도자들과 협치 해야 한다. 1924년에 태어나신 무학의 어머니가 형 등에 업혀 투표장을 나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막내야, 너희들이 앞으로 잘 살려면 이번 대통령을 잘 뽑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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