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총론적 관점에선 평양회담은 기대에 충일했다고 본다. 각론적 관점에선 일일이 거론하기 이른 시점이다. 단순한 상호교류를 넘어서 경제와 군사분야 등 합의사항은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 아무튼 향후 과제로 남겨진 사안 중의 백미는 비핵화 관련일테고,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와 군사분야 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북간에 이른바 3不(불), 우편-통신-인적교류에 희망이 보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방송을 통해 접한 장면들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방북단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양측의 지도자들이 서로에게 찬사를 보내면서 공경의 예를 갖춘 것 같다. 옥에 티라면, 순안공항의 문 대통령 환영과 환송 자리에서 인공기와 한반도기만 등장한 것이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외교적 예의를 벗어난 황당한 일이다. 그 덕분(?)에 태극기는 사라져버렸다. 상대국 지도자가 오면 상대국기가 내걸리는 게 외교적 관례다. 동서독도 그런 짓거리는 안 했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이 실현되면 우리의 대응이 어떻게 펼쳐질까. 우리 국민감정은 또한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전포인트다.

외신들이 김정은을 독재자(Dictator)로 규정짓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우리와 전혀 다른 일인 권력체제의 현실이 안타깝다. 북한 체제로서는 주민의 손에 태극기를 흔들게 할 수 없는 처지일게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은 더욱 생경할 것이다. 이런 장면을 본 북한 주민들의 맘 속엔 어떤 판단이 자리할까. 쌍방이 자주 만나면 나쁠 것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만나서 희희낙락하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런 정황을 익히 알고 있는 문 정권은 온 힘을 다해 평양회담에 매달렸다. 15만 군중을 한자리에 모아 펼쳐진 쇼는, 보는 이의 혼을 빼놓고 흥분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도 흥분한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자발적 참여가 아닌 집단동원이 가능한 곳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이런 동원이 가능하다는게 신기롭게 여겨진다. 대규모 군중의 쇼와 공항과 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펼쳐진 대규모 인파의 환영과 환송 장면이 눈에 선하다. 아무리 융숭한 대접이라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안타깝고 북한 주민들의 생고생이 맘에 걸렸다. 사회주의의 강건함을 내보이려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21세기 희대의 장면이었다.

문 정권 지지자들과 달리 우파 진영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탓인지, 평양 정상회담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필자의 생각으론 북한의 비핵화카드(핵폐기 및 사찰 프로그램)는 미국에게 활용 할 카드라고 본다. 필자의 관점에 동의한다면 문 대통령에게 핵폐기 관련 결판을 내고 오라는 요구는 지나친 것이고, 또한 북미회담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고 판단된다. 두 사람이 단독으로 대담한 자리에선 이 사안이 충분히 논의 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빼앗겨 11년간 남북관계가 손실됐다”는 이해찬 당 대표의 얼빠진 발언을 보면서, 남남갈등의 심각성이 우려된다. 남북관계사를 살펴보면, 보수정권 시기에 발생한 북측의 도발과 전 정권들의 대응을 잘 알면서도 왜 이런 해괴한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예정된 대화일정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도 참 무례했다. ‘20년 정권’ 운운 할 때 부터 의심이 갔지만, 혹시 북측의 도움(?)으로 현 정권의 장기집권을 구상하는 것 같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이런 유치한 발상을 하다니 언감생심이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현명한지를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독일은 좌파정권이 통일의 길(동방정책)을 열고 결실은 우파정권이 일궈냈다. 독일은 우리처럼 동족상잔의 비극도 없었고 간헐적인 군사도발 등도 없었다. 그럼에도 좌파정권이 일방적으로 통일의 길을 열도록 독일국민도 허용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착근은 우리 보수진영과의 합의와 동의가 절실하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남남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챙겨보려는 구태가 지속되면, 우리 국민은 언제든지 등 돌릴 것이다.

평양회담 합의서를 대충 살펴보더라도 서해 훈련중단구역 합의는 북측 기준에 끌려간 것 같다. 서울과 평양의 위치를 감안하여 신축적으로 대응해야지, 남북이 동일한 잣대로 선을 그을 수 없는 노릇이다. 북측과 합의한 안보 문제만큼은 정부와 국방부가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은 대북제재의 틀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전처럼 돈 주고 뺨 맞는 어리석은 행태가 안 나오길 기대한다.

대북지원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경수로, 식량, 경공업 원자재 및 철도와 도로 자재 등 어림잡아 2-3조 원이 북측에 건네졌다. 정부는 북한의 신용회복 관점에서라도 건네진 빚에 대한 현물상환을 진지하게 요구해 볼 필요가 있다. 화해 분위기에 휩쓸려 슬그머니 재정지원을 시작한다면 또 다시 퍼주기라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모두는 국민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혈세다. 상환에 손을 놓고 무차별 차관을 한다면 국고손실과 직결된다.

자유한국당과 우파 진영에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평가할 것은 평가해주고, 비판 할 것은 대안제시와 함께 비판하는 덕목이 필요하다. 남북문제엔 여야가 따로 없다. 남의 잔치 쳐다보듯 하는 것은 속 좁은 행태다. 차제에 우파 정치세력은 남북관계 증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비용과 그 적절성을 정리해서 국민에게 선보여야 한다. 특히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유불리도 함께 따져야 한다.

과거 좌파정권이 무조건 퍼주기로 일관한 결과가 무엇인지. 북한의 개방과 인권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등 풀어 나가야 할 사안이 넘쳐난다. 이런 중대한 사안들을 문 정권에게만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좌파성향의 인사들이 점령 하다시피한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일면을 고려한다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더욱 세심하게 대처해주길 당부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한반도 정국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