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의 Issue Brief] 평양 동행 거부가 '당리당략'일까?
[서준원 박사의 Issue Brief] 평양 동행 거부가 '당리당략'일까?
  • 서준원 박사
  • 승인 2018.09.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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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종전은 통일 이전에 언젠가는 실현되어야 할 우리 민족의 공동목표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전은 남북한이 합의한다고 실현될 성격이 아니다. 국내전과 국제전 성격의 한국전쟁은 전쟁의 원인과 책임이 함께 정리되어야 할 중대사다.

물론 대국적 차원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속전속결로 처리될 수도 있다. 남침으로 인한 한국전쟁 발발은 민족분단을 못 박는 쐐기였다. 다 지난 일이니 그냥 덮어두자면 그럴만한 사유와 설득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중대사다. 막연한 판단으로 평화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으로만 포장되어선 안 된다.

북한은 이미 섬뜩한 칼들을 숨겨놓고 평화를 유혹하는 진원지가 되어버렸다. 칼을 만들던 대장간을 없앤다고 칼들이 사라진 게 아니다. 그저 숨겨준 칼들을 처리하겠으니 믿어달라는 '비핵화 의지(?)'만 덥석 믿는, 겁 없는 용기는 만용인가 아니면 만사형통의 지략인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김정은도 국제사회가 자신의 진정성을 믿지 못한다고 투덜거린 모양이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동떨어진 북한으로선 맘처럼 일이 안 풀려가니 초조할 것이다.

비핵화 문제도 답보상태인 데, 무슨 믿을 구석이 있어야 국제사회가 김정은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겠는가. 국제사회의 신뢰조차 얻지 못한 처지를 남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첫걸음이다.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의 손엔 남북정상회담 일정만 갖고 있다. 정작에 필요한 비핵화 프로그램이나 타임스케줄은 언급조차 안 한 모양이다. 자주 만난다고 관계가 회복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난 사례를 보면, 잘 나가다가도 하루아침에 일그러지는 게 남북관계다. 평양에선 마지못해(?) 응대했지만, 빈손(?)으로 날아온 특사단을 냉랭하게 대한 것 같다. 오죽하면 저녁상만 차려주고 특사단끼리 식사하라고 했을까. 손님에 대한 예의조차 없다. 우린 늘 그런 취급을 받아왔다. 혼밥 사례는 대통령도 특사단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이건 상대를 무시하는 외교적 냉대나 다름없다.

북한은 비핵화 카드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시간을 끌면서 경제복구 도움을 여기저기 요청하는 처지다. 비핵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하나 주면 하나 내놓겠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응수하면 된다. 대장간도 폐쇄하는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설마 북한이 숨겨둔 칼들로 우리를 공격할까? 문재인 정권은 그런 점에선 매우 낙관적인 것 같다.

정상회담 요청은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내민 자발적 약속이었다. 고위급회담에서 무슨 조건을 내세웠는지 모르지만, 평양 초대약속 이행의 답을 주지 않자 문 정부가 안달이 난 것이다. 특사단 파견은 정상회담이란 이벤트를 살려보려는 청와대의 성급한 판단이었다.

북미회담 과정도 삐걱거리는데, 자청하여 평양으로 찾아가려는 현 정부의 노력이 안타깝다. 신중한 상황판단과 인내심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뭐가 아쉬워 북미 간의 중재자를 자청하는지 모르겠다. 여차하면 우리가 엉뚱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이 벌어지면 어쩔 텐가. 국제관계는 엄연한 현실론에 기반하는 국익제고를 위한 살벌한 투쟁이다.

평양방문 일정을 손에 쥔 청와대가 흥분한 모양이다. 국회 회담을 빌미로 정당 인사들에게 함께 가자고 요청했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처지에 좀 더 설득력 있게 요청해도 부족한 판에, 갈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는 통첩이나 다름없다. 남북 간의 국회 회담은 국회가 알아서 처리할 사안이다. 국회의장과 야당이 평양동행을 거절하자, 문 대통령은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평양행을 누가 당리당략으로 판단할까만, 국민감정과 이벤트성 회담을 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 않은 눈길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올해 안으로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뚝심(?)있는 언급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 문 정권의 갈 길을 막아도 쇼는 진행되어야 한다는 옹고집일까.

북한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다는 점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이건 북한에 대한 불신에서 나오는 상처다. 이런 상처가 쇼크 처방으로 하루아침에 치유될까. 지금처럼 한반도 주변국과 미국 및 유럽국가 등 파상적으로 펼쳐지는 복잡한 외교 구도에서 평양행이 유일한 해결카드일까.

평양에서 남북한 인사들이 희희낙락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세계인의 관점을 진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200여 명의 대규모 방문단이 2박 3일 일정이라니 그 결과가 궁금하다. 온통 북한 선전에 현혹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핵을 머리에 두고도 남북한이 환호작약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까. 한반도는 국내관점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끼리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설 때와 나서지 않을 때를 간파하는 것도 외교다. 마냥 서두르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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